TV토론서 반격의 불씨 살린 젭 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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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공화당 TV 토론에서 발언하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사우스캐롤라이나 AP=뉴시스]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모처럼 반격의 불씨를 살렸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열린 공화당 TV 토론회에서다.

트럼프 “형 부시 때 9·11” 공격에
“그때 트럼프는 TV쇼” 한방 먹여

 부시 전 주지사는 그동안 TV 토론회에서 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경쟁자의 공격에 우물쭈물하며 나약해 보였던 모습 대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공격이 인상적이었다.

 먼저 공격한 쪽은 트럼프였다. 트럼프는 “조지 W 부시(부시 전 주지사 친형)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 미국을 이라크 전쟁으로 잘못 이끌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했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고 공격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즉각 반격했다. 그는 “트럼프가 우리 가족을 끌어들이는 건 이제 지긋지긋하다”며 “트럼프가 TV 리얼리티쇼에 출연하는 동안 내 형(조지 W 부시)은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한 안보조직을 건설했다”고 맞섰다.

 그러자 트럼프는 2001년 9·11 사태를 들먹였다. 그는 “부시 행정부 때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졌다. 그건 우릴 안전하게 지키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이번 선거(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는 내 가족에 대한 것도 아니고 그(트럼프)의 가족에 대한 것도 아니다. 누가 대통령에 적합한지 묻는 선거이며 내가 바로 적임자”라고 맞받았다. 청중은 9·11 사건의 부시 책임론을 주장하는 트럼프를 향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은 “모처럼 부시가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가문을 모욕한 트럼프에게 부시가 한 방 먹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선 경선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부진했던 부시 전 주지사는 지난 9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4위에 오르며 반격의 희망을 살렸다. 가족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형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15일 찰스턴에서 지원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CNN방송은 “부시 전 주지사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인기가 높은 형의 지원을 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에선 트럼프에 뒤져 있지만 형의 인기를 등에 업고 역전극을 노린다는 분석이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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