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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중국 1월 수출 급감이 드리운 그림자

중앙일보

입력

 격동의 시기에 휴장은 두려움과 동의어다. 중국 시장이 설을 맞아 한 주 동안 쉬는 사이 주요국 증시와 국제원유 시장이 추락과 반등을 되풀이하며 요동쳤다. 이런 가격 변동이 15일 문을 연 중국 주가와 위안화 가치에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시장 급락이 우려됐는지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미리 나섰다. 그는 13일 중국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기에 나섰다.

그는“최근 외환보유액 감소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며 “중국 경제는 여전히 탄탄하다”고 말했다. 강력한 시장 개입을 시사한 셈이었다.

저우의 노력 때문이었을까. 긴장 속에 거래가 재개된 이날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약보합 수준으로 거래를 마쳤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0.63% 떨어졌다. 위안화 가치는 파격적으로 올랐다. 미국 달러와 견줘 1% 넘게 뛰었다. 일단 ‘휴장 리스크’는 기우로 끝난 셈이다.

실물 경제의 풍경은 좀 달랐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는“올 1월 수출이 한해 전과 견줘 6.6%나 줄었다”고 발표했다. 위안화 기준이다. 달러로 따져보면 수출은 11.2%나 줄었다. 모두 예상 밖이었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들은 수출이 위안화 기준으론 3.6% 늘고, 달러 기준으론 1.8%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전했다. 춘절(설) 연휴 직전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1월 수출 감소 폭이 컸다.

수입은 수출보다 더 많이 줄었다. 위안화 기준으론 -14.4%였고 달러 기준으론 -18.8%였다. 국제원유 가격 하락과 내수 위축이 동시에 작용한 탓이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면서 1월 무역흑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달보다 5.3% 늘어난 632억9000만 달러(약 76조원)였다. 블룸버그는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최근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줄고 있어 무역흑자 증가가 반가운 소식이지만 수출 급감은 중국 실물 경제를 더욱 둔화시킬 수 있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수출 통계 발표 직전 서방 투자은행들은 중국 성장 전망을 낮췄다. 톰슨로이터 등에 따르면 투자은행들이 다시 제시한 올 1분기 성장 예상치는 6.6%다. 지난해 12월 예상치는 6.7%였다. 톰슨로이터는 “투자은행들이 올 3분기(6~9월)부터 중국 경제 성장률이 6.4%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예상치는 6.5~6.6% 사이였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좀 더 공격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블룸버그정보경제(BIE) 분석에 따르면 인민은행이 올 상반기에만 기준금리를 두 차례 정도 내릴 전망이다. 이런 경기 부양책은 위안화 값 하락을 부채질한다. 시장이 내다본 올 4분기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6.7위안 선이다. 지금보다 3% 정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위안화 약세가 수출에 별 도움이 안 됐다는 점이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8월 위안화 고시환율 시스템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후 수출은 더욱 감소했다. 최대 수출시장인 유럽 등의 수요가 지지부진한 바람에 환율처방은 소용이 없었다.

반면 위안화 약세 전망은 환투기세력에는 희소식이다. 블룸버그는“실물 경기 둔화와 기준금리 인하 전망 때문에 홍콩과 런던 등 역외 외환시장에서 헤지펀드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했다. 위안화 하락에 대한 베팅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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