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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기업들 “월 인건비 20만원 공장 어디서 찾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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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 달 인건비 20만원 드는 공장을 대체할 곳이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임금 인상 → 생산단가 상승 고민
정부,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검토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정부와 고충상담에서 인건비를 대체할 적정한 공장을 찾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성에서 북측 근로자에게 주는 월급이 1인당 약 150~200달러로 약 20만원에 해당된다.

반면 남한에서 똑같은 제품을 만드는 공장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1인당 한 달 인건비는 최소 180만원을 잡아야 한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주 중소기업청이 진행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상담회에서 기업들은 인건비에 따른 생산단가 상승에 가장 큰 고민을 나타냈다.

산업부 관계자는 “123개 기업이 대부분 모(母)기업에 납품을 대는 협력업체”라며 “생산단가 상승으로 납품 차질과 제품 최종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구 제품을 생산하는 아모스도 가격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 업체가 만드는 문구용 딱풀의 개당 가격은 현재 400원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장기화하면 인건비가 높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란색 뚜껑의 손가락 크기인 딱풀은 전국 대부분 초등학교에도 납품되고 있다.

차정호 아모스 부장은 “국내 판매 물량은 2~3개월 동안 버틸 수 있는 재고가 있지만, 수출 물량은 당장 확보된 게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납품업체 생산 차질은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개성공단에 주로 입주해 있는 신발·섬유·기계 업체는 각각 부산·대구·인천 등의 경기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성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개성공단에 대한 기대가 컸다”며 “새로운 대안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심리적인 영향으로 지역 경기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과 함께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유 부총리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체생산 지원방안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특히 근로자를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생활안정자금 융자 지원 등 생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단체장에게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납품 기한과 대금 지급기한 등을 연장해 가급적 거래처를 유지해달라”고 부탁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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