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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압력' 의혹 신기남, 더민주 탈당…"징계는 정치적 음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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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선인 더불어민주당 신기남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했다.신 의원은 탈당 선언문을 통해 자신에 대한 당의 징계를 `정치적 음모`라고 비판했다. [사진=중앙포토]

자신의 아들이 다니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던 더불어민주당 신기남 의원이 14일 탈당을 선언했다.

신 의원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자격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4·13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당원자격정지 3개월의 징계는 공직선거 부적격 심사기준에 해당해 사실상 더민주 소속으로는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 상태다.

신 의원은 이날 탈당 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당의 징계를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했다. 그는 "착잡하고 참담하다.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경희대 로스쿨의 누구도 외압을 받지 않았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당 지도부와 윤리심판원은 사실에 눈감고 언론 눈치 보기에 연연하기만 했다. 저에게 당을 위한 정치적 희생물이 돼 달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발장이 되기를 거부한다.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건 당의 윤리적 강화가 아니라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이어 "신기남 아웃, 노영민 불출마, 모 변호사의 서울 강서갑 전략공천 소문을 접하고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고 일축했는데 막상 이 모든 소문이 현실이 되니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정치적 음모가 아니고서야 이럴 수가 있는가"라고 했다. 신 의원은 또 "그동안 일부 언론에 의해 일방적으로 왜곡되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다짐한다"며 "당은 스스로의 개혁과 자정 능력이 없음을 끊임없이 고백해 왔다.

당 소속의 국회의원들은 어떠한 자부심도 없이 외부의 등급평가에 목매다는 옹졸한 처지에 처해져 있다"고 더민주를 비판했다. 당내 '물갈이' 움직임과 관련해선 "단지 국회의원을 했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죄인이 되고 있다. 소위 신진 인사들은 아직 국회의원을 못했다는 것을 유일한 장점으로 내세우며 선배 국회의원을 기득권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했다.

신 의원은 공식 회견 뒤 "국민의당 합류 여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오늘은 회견문만 낭독하고 가겠다. '강서구민의당'이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답했다.

다음은 신 의원의 탈당 회견문 전문.

착잡하고 참담합니다.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오늘 당에 남아있기를 그만두려 합니다. 당은 20년 동안 저를 품어 4선 의원으로 키워주신 모태였습니다. 당에는 저의 정치역정과 땀, 숨결이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저에게는 당의 원천을 만들고 그 뿌리를 지켜왔다는 자부심이 언제나 있었습니다. 저의 개혁동지인 천정배, 정동영이 당을 떠났어도 저만은 당을 지켜야 한다며 다짐 또 다짐을 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의 결단을 하기까지 많은 날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망설였습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려고 그동안 수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알렉산더처럼 과감하게 잘라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 지도부와 윤리심판원은 저 신기남에게 장발장이 될 것을 요구했습니다. 경희대 로스쿨의 누구도 외압을 받지 않았다고 공언했습니다. 경희대 로스쿨의 소재선 교수는 용기있는 양심선언을 통해 로스쿨이 부당한 학사 행정을 했고 오히려 제가 로스쿨로부터 갑질의 피해를 입었다고 강변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당 지도부와 윤리심판원은 사실에 눈감고 언론 눈치 보기에 연연하기만 했습니다. 저에게 당을 위한 정치적 희생물이 돼 달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는 윤리심판원의 심의 당일에 중한 처벌을 공개리에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장발장이 되기를 거부합니다.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당의 윤리적 강화가 아니라 재앙입니다.

12월 초 이미 세 가지 소문이 떠돌았습니다. 첫째, 신기남은 아웃시킨다. 둘째, 노영민은 불출마 할 거다. 셋째, 모 변호사가 서울 강서갑에 전략공천 받을 거다. 저는 이 소문을 접하고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이 모든 소문이 현실이 되니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무슨 정치적 음모가 아니고서야 이럴 수가 있습니까! 소재선 교수가 기자회견 뒤 제게 한 말이 귓가에 쟁쟁합니다. “이렇게 중진의원의 없는 죄까지 찾아 최대한 망신을 주려 애쓰는 당에 무슨 미련이 있어 더 머무르려 합니까.” 그러나 당 지도부의 서명 저지에도 불구하고 저를 위한 탄원서에 서명을 해 주신 44명의 의원님들께는 평생 잊지 못할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동시에 저는 그동안 일부 언론에 의해 일방적으로 왜곡되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다짐합니다.

그동안 당은 스스로의 개혁과 자정 능력이 없음을 끊임없이 고백해 왔습니다. 당의 혁신, 의원평가, 당무감사, 윤리심판, 이 모든 중차대한 일을 외부 인사에 의존했습니다. 이제는 당의 대표도 당의 정체성과 맞는지 여부를 살피지 않고 외부 인사에 넘겨 버렸습니다. 참으로 무책임한 일입니다. 저는 끊임없이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당은 스스로의 노력과 능력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이래서는 당의 안정화, 강화는 공염불이 됩니다. 당원이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이제 당 소속의 국회의원들은 어떠한 자부심도 없이 외부의 등급평가에 목매다는 옹졸한 처지에 처해져 있습니다. 단지 국회의원을 했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죄인이 되고 있습니다. 소위 신진 인사들은 아직 국회의원을 못했다는 것을 유일한 장점으로 내세우며 선배 국회의원을 기득권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고 있습니다. 당을 위해 험지에 나서서 새누리당과 겨룸으로써 당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오직 빈 곳, 쉬운 곳만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오로지 비켜서라 외쳐대고 있습니다. 이게 정상입니까? 하루속히 당의 정체성과 질서를 바로잡을 것을 마지막으로 충언 드립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우선 제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지역의 많은 동지들과 얘기를 나눴고 의기투합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광야로 나서지만 외롭지 않습니다. 또한 제 곁에는 20년 동안 저를 지켜주신 강서구민이 계십니다. 어떤 분이 제게 말했습니다. “신 의원은 무소속이 아니다. 당신은 강서구민과 함께 하는 ‘강서구민당’ 소속이다” 그렇습니다. 저는 강서구민당 소속입니다.

혹자들은 아름다운 퇴장을 운운합니다. 그러나 숱한 고난과 모험을 뚫고 여기까지 온 서울 4선 의원에게 아름다운 퇴장을 함부로 얘기할 일은 아닙니다. 아름다운 퇴장은 두 가지가 충족돼야 합니다. 첫째는 품었던 목표를 어느 정도 이뤘을 때, 둘째는 스스로 후회 없는 결단을 내렸을 때입니다. 저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이미 강서구민에게 약속했습니다. 20대 총선을 마지막으로 두 가지를 반드시 이뤄내고 아름답게 제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2017년 대선에서 반드시 앞장서서 야권 통합을 이뤄내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 강서구의 숙원 사업인 서부권 광역철도사업을 조기 착공시켜 그동안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이 아름다운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저는 총선을 불과 2개월 남긴 이 중요한 시기에 더욱 자유로운 입장에서 야권의 변화와 통합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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