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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휴직' 선언 日 남성 의원, 아내 출산직전 불륜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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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민당 홈페이지]

 
첫 아이가 태어나면 ‘아빠 육아휴직’을 신청하겠다고 당당하게 밝혀 신선한 충격을 줬던 일본 남성 국회의원이 아내의 출산 직전 바람을 피운 의혹을 받고 있다.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은 9일 집권 자민당 소속인 미야자키 겐스케(宮崎謙介·35) 중의원 의원의 불륜 기사가 10일 발매될 주간지 ‘주간문춘’(周刊文春)에 실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야자키 의원은 지난해 12월 “지역 유권자들이 화내지 않을지, 육아 휴가 취득이 (경력에) 마이너스가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지만 앞장서려고 한다”며 “아내의 출산에 즈음해 1~2개월 가량 육아 휴가를 얻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2월 같은 자민당 소속 가네코 메구미(金子?美·37) 중의원 의원과 결혼했다.

산케이신문은 “주간문춘에 실릴 기사에 따르면, 미야자키가 지난달 30일부터 31일 사이에 자신의 선거구가 있는 교토(京都) 시내 아파트에서 30대 여자 탤런트와 숙박했다”고 전했다. 2월 5일 그의 첫 아들이 태어나기 불과 5~6일 전이다. 당시 미야자키는 교토 시장 선거 응원을 위해 지역구에 머물고 있었다.

미야자키는 9일 중의원 본회의에 참석한 뒤 국회 안에서 기자들에게 불륜 의혹에 대한 질문공세를 받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황급히 뛰어서 차에 올랐다. 자민당 내부에선 “당은 물론 국회의원 전체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며 비판과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야자키 중의원은 아내의 출산을 앞두고 유명무실한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회의원 스스로 솔선수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사무국은 “중의원 규칙에 따르면 의원이 출산할 경우 스스로 기간을 정해서 회의에 결석할 수 있지만 육아 휴가의 규정은 별도로 없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미야자키 의원은 본회의가 열리는 날마다 중의원 의장에게 결석계를 제출하면서 휴가를 쓸 예정이었다.

당시 일본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간사장은 “육아휴가는 고용주와 피고용인 관계에서 규정되는데 국회의원은 그런 관계가 아니다. 긴박한 국면에서 1표에 의해 법안 통과 여부가 결정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반면 여성 중진인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자민당 총무회장은 “훌륭한 일이다. 윗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잘 극복하고 아빠의 권리를 찾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미야자키는 첫 아들이 태어난 지난 5일 자신의 블로그에 “앞으로 (아내와 함께) 둘이서 소중하게 키우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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