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없어 선거 못하고 투표율 채우기 힘들어…4학년은 빼는 편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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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학 학생회는 사실상 죽었다고 보면 됩니다. 학생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묶을 조직이 힘을 잃었는데 어떻게 학생운동이 가능하겠습니까.”

존립 위기에 처한 학생회

2013년 서울의 한 4년제 대학 총학생회장으로서 한대련 활동에도 참여했던 A씨(26)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학생운동이 쇠퇴기 속에 있다. 이는 대학 학생회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투표율 문제로 재선거를 치르거나 출마한 후보가 없어 선거 자체가 무산되기도 한다.

서울대는 1997년 이후 매년 총학생회 선거 본투표 기간에 선거 유효 기준인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19년 만에 처음으로 본투표에서 투표율이 50%를 넘었다. 김보미(23) 당선자가 선거운동 중에 동성애자임을 밝힌 것이 화제가 돼 투표율이 높아졌다.

서울시립대에선 지난해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나오지 않아 선거가 무산됐다. 단과대도 7곳 중 2곳만이 학생회 구성을 마친 상태다.

같은 해 중앙대와 가톨릭대 역시 투표율 부족으로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됐다. 실제 본지가 전국 대학생 남녀 3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학생회에 관심을 갖거나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21.1%(74명)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투표율 계산 방식을 변경한 대학도 나왔다. 고려대는 2006년부터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 계산에서 4학년을 제외하고 있다. 한국외대는 단독후보 선거 시 투표 성립 투표율 기준을 50%가 아닌 30%로 낮췄다.

공다훈 기자 kong.da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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