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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교도소 백일잔치, 순천판 ‘4번 방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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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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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교도소의 여성 수용동 4번 방에서 5일 특별한 잔치가 열린다. 태어난 지 3개월 된 A양의 백일상을 차려주는 자리다.

경제사범 30대 수감 중 출산
오늘 딸 백일잔칫상 차려줘
생후 18개월까지 같이 생활

순천교도소는 4일 “설 명절을 앞두고 생모와 함께 교도소에서 살고 있는 A양의 백일잔치를 치러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A양은 이날 면회를 올 예정인 외가 식구들과 함께 설 명절을 보낼 수 있게 됐다.

A양이 교도소에서 살게 된 사연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니인 B씨(35)가 경제 관련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다. 당시 임신한 상태로 광주교도소에 수감된 B씨는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커졌다. 건강이 악화돼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검찰과 교도소 측은 지난해 말 출산이 임박한 B씨에게 외부 의료시설에서 아기를 낳도록 허가했다. B씨는 교도소 측의 배려로 건강한 딸을 낳았지만 다른 고민이 생겼다. 구속된 자신을 대신해 딸을 맡아 키워줄 가족이 없어서다. B씨는 출산 후 어린 딸을 두고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고심 끝에 B씨는 양육 신청을 통해 딸을 교도소에서 직접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교도소 측도 관련 법률상 조건을 갖췄다고 판단해 양육을 허가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여성 수용자가 자신이 낳은 아기를 교정시설에서 양육할 수 있게 보장하고 있다. 단 아기가 생후 18개월이 될 때까지다.

김영준 순천교도소장은 “모녀가 따뜻한 설 명절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 백일잔치를 준비했다”며 “재소자일지라도 관련 법률에 따라 사회적 약자인 모녀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순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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