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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방의 선물'…교도소에서 맞는 백일잔치

중앙일보

입력

 전남 순천교도소의 여성 수용동 4번방. 여성 재소자들이 생활하는 이 방에는 재소자와 교도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존재가 있다. 세상의 빛을 본 지 3개월이 된 여자 아기다.

아기가 교도소에 들어오게 된 사연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니인 30대 여성 오모씨가 경제 관련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다. 당시 임신한 상태로 광주교도소에 수감된 오씨는 출산일이 가까워질수록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검찰과 교도소 측은 지난해 말 출산이 임박한 오씨에 대해 외부 의료시설에서 아기를 낳도록 조치했다. 오씨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제왕절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씨는 구속집행정지 제도를 활용해 건강한 여자 아기를 낳았지만 또다른 고민이 생겼다. 구속된 자신을 대신해 딸을 맡아 키워줄 가족이 없었다. 오씨는 출산 후 건강 상태가 점차 회복됐지만 딸을 두고 다시 교도소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고심 끝에 오씨는 양육신청을 통해 딸을 교도소에서 직접 키우기로 결심했다. 교도소 측도 관련 법률상 조건을 갖췄다고 판단해 허가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여성 수용자가 자신이 낳은 아기를 교정시설에서 양육할 수 있게 보장하고 있다. 단 아기가 생후 18개월이 될 때까지다.

엄마와 함께 교도소에서 커온 오씨의 딸은 어느덧 생후 100일이 가까워졌다. 교소도 측은 설 명절을 앞둔 5일 아기를 위한 '100일 잔치'를 열어주기로 했다. 장소는 면회객들과 직접 만나 음식을 나눠 먹고 대화할 수 있는 가족접견실에서다. 오씨의 친정 가족들은 3개월 만에 아기를 만나게 된다.

김영준 순천교도소장은 "모녀에게 따뜻한 설 선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100일 잔치를 준비했다"며 "재소자일지라도 관련 법률에 따라 모녀가 앞으로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순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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