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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그래 통해 독자 자신을 보게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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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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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작가는 “제 화실에 있는 문하생 등 주위 사람이 비용적 측면에서 고통을 겪지 않게끔 배려를 하고 싶다. ?미생?은 저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준 작품이다”고 말했다. [사진 위즈덤하우스]

샐러리맨 만화의 정석으로 불리며 신드롬을 일으킨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2일 서울 광화문에서 ‘시즌2’를 여는 간담회를 열었다. 2013년 9월부터 2년간 9권으로 마무리한 ‘시즌1’에 이어 최근 ‘시즌2’의 첫 번째 단행본을 펴낸 것이다.

윤태호 작가 ‘미생2’ 첫권 펴내
오 차장 창업한 중소기업이 무대
월급 등 대기업과 다른 현실 묘사

이에 앞서 웹툰 ‘미생’ 시즌2는 지난해 11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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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때문에 밤을 꼬박 새고 왔다는 윤 작가는 “드라마에서 장그래(사진)는 많이 성장했다. 액션도 하고, 영어도 잘하고. 만화는 다르다. ‘시즌2’ 1회에서 장그래가 김칫국물을 흘린 뒤 바닥을 닦는 장면을 넣었다. 드라마와 일정 부분 결별하겠다는 나름의 결정이다”고 말했다. 삶의 페이소스(연민)를 그대로 안고 가겠다는 뜻이다.

시즌2의 무대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바뀌었다. 오 차장이 새로 설립한 회사에 장그래와 김대리가 합류한다. 대기업에서 누리던 온갖 프리미엄과 매월 정해진 날에 입금되던 월급 등 사정이 달라진다.

출근길 직장인들의 발걸음을 묘사하며 ‘시즌2’는 ‘전체 노동자의 12.3%가 대기업 현관을 향할 때, 대기업의 1000배에 육박하는 중소기업을 향해 87%에 달하는 종사자가 골목으로 들어선다’고 선언한다.

‘시즌1’에서 장그래는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윤 작가는 “정규직이 되면 완생(完生)인가. 어떤 게 해피엔딩인가. 그럼 정규직은 완성된 인생이고 성공한 삶인가. 그건 아니다.

이 작품은 각자의 길로, 각자의 어깨에 페이소스를 얹고서 갈 거다. ‘시즌2’가 해피엔딩일지 아닐지는 써봐야 안다”며 “우리는 양손에 행복과 불행을 다 들고 있지 않나. 이 작품은 행복도, 불행도 다루지 않는다. 풍경을 다룰 뿐이다”고 말했다.

윤 작가의 목표는 분명했다. “이 만화를 통해 독자 개개인이 자신을 목격하도록 하는 게 유일한 목적이다.”

‘시즌2’에서는 이창호 9단과 중국 마샤오춘 9단의 삼성화재배(1999년) 최종국 236수가 진행된다. 이번에도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의 기보 해설이 독자의 폐부를 찌른다.

첫 웹툰이던 ‘이끼’를 비롯해 ‘미생’ ‘내부자들’까지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 그는 ‘흥행불패’ 작가로 불린다. “요즘 작가들은 스스로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며 “국경 없는 웹툰의 장점을 활용해 외국에서도 읽힐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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