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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땅’ 잡아라…트럼프·힐러리 임신한 딸들도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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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카운슬 블러프스 유세장에서 아내 멜라니아와 함께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 [AP=뉴시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드레이크 대학 강당. 도널드 트럼프의 행사장인 강당 1·2층을 가득 채운 청중들이 갑자기 ‘와’ 하며 환호했다.

채병건 특파원 아이오와를 가다
공화당 크루즈, 어린 딸 데려와
민주당 샌더스도 부인과 동행
트럼프 “크루즈는 거짓말쟁이”
크루즈 “트럼프식 모욕 않겠다”

트럼프가 연설 도중 “멜라니아, 여보(honey), 일어나 봐요. 이 정도는 견뎌야 해요”라면서 모델 출신의 아내를 소개하면서다. 청중 1000여 명의 시선은 일제히 연단 바로 앞에 앉아 있다 일어서서 손을 흔드는 멜라니아에게 향했고 박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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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에도 선거 유세에 뛰어든 힐러리 클린턴의 딸 첼시(왼쪽)와 도널드 트럼프의 딸 이반카.

이 자리엔 임신한 딸 이반카도 함께 있었다. “이곳이 아카데미 시상식장”이라며 자랑한 트럼프를 미모의 아내와 딸이 받쳐준 게 됐다.

나흘 후인 31일 트럼프는 이번엔 카운슬 블러프스의 한 교회에 멜라니아와 함께 나타나 예배에 참석했다. 멜라니아는 직후 지역 유세에서 “남편은 (외치에서) 최고의 협상가이자 협상의 대가”라며 트럼프 굳히기를 계속했다.

트럼프는 이날 ABC방송에 나와 크루즈의 캐나다 출생을 거론하며 “크루즈는 야비한 인간이고 거짓말쟁이여서 누구도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30일 에임스의 한 호텔. 정통 보수를 자처하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유세장에서 지지자인 청년 맥스웰 레이먼은 “이 나라를 바꾸는 건 정치가 아니라 믿음”이라며 지지 이유를 기자에게 말하고 있었다. 순간 입구까지 가득 찬 인파 앞에 어린 딸을 안고 부인 하이디가 나타나며 사람들이 몰렸다.

이들과 악수하며 유세장 연단에 오른 하이디는 “내가 남편을 사랑하는 것처럼 여러분도 테드를 사랑해 달라”고 외쳤다. 청중 사이에 있던 한 여성이 “나는 아직 결정을 안 했다”고 하자 하이디는 “그분을 맨 앞쪽으로 모시라”고 말해 폭소가 터져 나왔다.

지원 유세를 마친 하이디를 크루즈 의원이 뒤에서 껴안자 지지자들의 박수가 또 나왔다. 크루즈는 지난달 31일 CNN에 출연해 “미국인들은 (트럼프의) 보잘것없는 모욕 발언 이상을 원한다. 나는 트럼프식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일 미국 대선의 첫 표심이 나오는 아이오와주 경선 승리를 위해 전날인 1월 31일 주요 주자 모두가 가족을 동원했다. 이날 밤 디모인의 그랜드뷰 대학. 홀을 가득 채운 1700여 명의 젊은이들이 외치는 ‘버니’ ‘버니’ 함성 속에 함께 등장하는 부부는 민주당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부인 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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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후보는 링스테드에서 아내 하이디와 백허그를 선보였다. [AP=뉴시스]

제인은 아이오와주에서 동행 유세에 나선 지 오래다. 샌더스의 아들 레비와 중국에서 입양한 세 명의 자녀도 가끔 아버지의 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샌더스 의원의 맹추격을 받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임신한 딸 첼시를 또 불렀다.

29일 데이븐포트의 유세장에 나왔던 첼시는 이날은 수시티의 유세장에서 “우리 애들에게 (어머니만큼이나) 더 이상 좋은 할머니를, 더 이상 좋은 대통령을 상상할 수 없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아이오와주에서 벌어지는 가족 득표전은 이곳이 복음주의자로 일컬어지는 보수세를 의식해서다. ‘마초’ 트럼프도 가세해 돌풍을 현실로 만들려는 가족애 과시전이다.

트럼프 돌풍은 아이오와 곳곳에서 여전하다.

30일 데이븐포트의 트럼프 유세장을 빠져나오던 인파에서 만난 톰 로만스키. 그는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이기겠는가”라고 묻자 곧바로 “힐러리는 (대선이 치러지는) 11월 이전에 기소된다. 트럼프는 힐러리를 신경 쓸 이유조차 없다”고 단언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국무장관 시절 국가 기밀을 개인 e메일로 받아봐 논란이 되고 있는 ‘e메일 스캔들’을 문제 삼았다.

잠시 후 만난 여성 캐럴린 스탠리는 국정 경험이 없는 트럼프를 놓고 “사업과 협상 경험이 풍부하니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협상할 방법을 알고 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트럼프 돌풍의 반대쪽엔 트럼프 거부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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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뉴턴에서 열린 클린턴 전 장관 유세장에서 만난 할머니 팻 맥나마라는 “트럼프는 시시한 구경거리(dog and pony show)”라며 “애처럼(childish) 구는데 내 자식이라면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허니’ 아내까지 동원한 트럼프의 득표력은 미국시간 1일 밤에 검증된다.

디모인·데이븐포트·뉴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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