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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까지 번지는 지카 바이러스 공포…"낙태 허용해야" 주장도

중앙일보

입력

지카(Zika) 바이러스 공포가 중남미에서 북미로 북상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를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지카 바이러스를 가진 산모는 정상보다 작은 머리 둘레를 가지고 태어나 발달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소두증(microcephaly)을 가진 아이를 출산할 개연성이 있다.

두 정상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지카 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백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또 브라질에서 시작된 지카 바이러스가 북미나 유럽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는 것과 관련, 국가 및 지역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양국 정상이 뜻을 모았다.

지카 바이러스는 지난해 브라질에서 발견된 이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연구원들은 지카 바이러스 백신 연구를 시작했지만 백신 개발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페미니즘 단체 등을 중심으로 중남미 지역에서 낙태를 허용해야한다는 적극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단체들은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공보 때문에 불법 낙태시술을 횡행하면서 산모들의 사망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중남미에선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브라질을 포함해 몇몇 중남미 정부는 이미 여성들에게 향후 2년간 임신을 연기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제가족계획(IPPF) 측은 특히 저소득층 여성들이 피임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 서반구지역 담당 부회장인 지젤 카리노는 “정부에서 안전한 낙태의 길을 열어주고, 여성들이 지카 바이러스의 위험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여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컬럼비아, 엘살바도르, 에콰도르 등 일부 중남미 국가에서 소두증의 위험 때문에 임신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들 지역에서 전체 임신의 50%는 계획하지 않았거나 성폭행으로 인해 임신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브라질에선 지난 금요일(현지시간)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지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기겠다고 선포했지만 그건 단지 변호사들이나 학자들 사이에서만 반향이 있었다고 가디언은 꼬집었다.

페미니스트 생명윤리 연구소인 아니스(ANIS)는 합법적인 낙태를 허용하도록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브라질에선 강간을 제외한 경우는 피임이 불법이다. 이조차도 ▶임신 20주 이하인 경우 ▶산모의 건강에 위협이 되는 경우로 엄격이 제한된다. 그래서 현재 중남미에선 낙태의 95%가 위험하고 환경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중남미 지역에서 임신 여성의 상당수는 미성년자라고 가디언지는 전했다. 엘살바도르에서 임신이나 출산도중 숨지는 여성의 27%는 미성년자라고 한다. 또한 라틴 아메리카에선 매년 440만건의 낙태가 일어나는데, 이중 95%는 위험하고 이중 100만명의 여성은 결국 위험한 낙태로 인해 병원신세를 지게된다고 전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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