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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미술관·야시장 두 바퀴로 씽씽~ 짜릿한 쾌감 쏠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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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대만 자전거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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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웨탄 호수는 대만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르웨탄의 아름다운 경관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자전거를 타고 호수 주변을 천천히 달리는 것이다.

최근 5년 사이 대만을 찾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2014년 대만을 여행한 한국인이 52만 명이었는데, 2013년 35만 명보다 1.5배 늘어난 수치다. 2012년 25만 명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대만을 찾는 한국인이 많아지면서 여행법도 다양해졌다. 대만을 여행하는 한국인의 절반이 개별 자유여행이다. 개별 자유여행은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요즘엔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한국인도 있다. week&도 자전거를 타고 대만을 돌아다녔다. 닷새 동안 자전거를 타고 대만 남부 최고의 휴양지 컨딩(墾丁)국가공원과 ‘대만의 심장’이라 불리는 호수 르웨탄(日月潭), 중서부의 대표 도시 타이중(臺中)를 여행했다.

땅끝 휴양지 컨딩국가공원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촬영지 컨딩 바이샤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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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자전거 투어는 컨딩국가공원에서 시작했다. 컨딩국가공원은 1984년 대만 최초로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명소다. 공원 안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자전거 여행에는 문제가 없었다. 해안도로 갓길을 따라 달렸는데 자동차가 많지 않아 위험한 줄 몰랐다.

컨딩국가공원은 육지와 바다를 아우르는 명승지다. 전체 면적이 333㎢(육지 181㎢, 바다 152㎢)이나 된다. 서울의 절반 만하다. 1881년 세운 어롼비 등대, 할리우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촬영한 바이샤(白沙) 해변, 울창한 원시림이 보존된 국립식물원 등 명소가 국가공원 곳곳에 있다.

지도를 펼쳐놓고 최대한 쉽고 안전한 길을 찾았다. 명소마다 최소 10㎞ 이상 떨어져 있어 자전거로 둘러볼 염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평균 기온 29도의 뜨거운 날씨도 고려해야 했다. 숙소가 있는 컨딩거리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3㎞ 떨어진 촨판스(船帆石) 해변을 갔다가 다시 컨딩거리로 돌아온 다음, 북쪽으로 4㎞ 떨어진 난완(南灣) 해수욕장을 갔다오는 코스를 짰다. 왕복 14㎞ 코스로 거리도 적당했고, 해안을 따라 난 외길이어서 헤맬 위험도 적었다. 자전거는 호텔에서 빌렸다. 컨딩거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민박·호텔·리조트 등 거의 모든 숙박시설에서 자전거를 빌려준다. 하루(8시간) 약 300대만달러(약 1만원).

컨딩국가공원은 대만 최남단 핑둥현에서도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헝춘에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핑둥현은 전라남도, 헝춘은 땅끝마을이 있는 해남군 정도가 되겠다. 대만의 자전거 매니어는 컨딩국가공원에서 대만 자전거 횡단여행을 마무리하곤 한다. 북쪽 타이베이(臺北)에서 시작해 해안을 따라 400㎞를 넘게 달려 컨딩국가공원까지 와서 여유롭게 휴가를 보내고는 돌아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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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딩거리는 컨딩국가공원 최고 번화가다. 야시장이 서는 밤과는 달리 낮은 고요하다.

상가 건물이 늘어선 컨딩거리를 천천히 달렸다. 컨딩거리의 낮 풍경은 밤과 전혀 달랐다. 간밤에 열렸던 화려한 야시장이 온데간데없었다. 고요하다 못해 나른함이 느껴져 우리의 시골 마을을 지나는 듯했다. 새벽에 한바탕 소나기를 뿌린 하늘이 더 없이 맑았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30분 남짓 달리자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돛 모양의 촨판스 바위가 보였다.

허연 뭉게구름이 떠가는 하늘 아래 쪽빛 바다가 펼쳐졌다. 한갓진 촨판스 해변과 달리 난완 해수욕장은 왁자지껄했다. 서핑과 카약을 즐기는 젊은이로 해변이 들썩였다. 내리막을 내달릴 때 적당한 속도감이 주는 쾌감에 몸을 맡겼다.
 

르웨탄 자전거 투어

르웨탄에서는 매년 11월 자전거축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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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자전거 투어의 두 번째 여행지는 르웨탄(日月潭) 호수였다. 대만을 구성하는 13개 현(縣) 중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접하지 않는 난터우(南投縣)현 중심에 ‘대만의 심장’이라 불리는 르웨탄 호수가 있었다. 해발고도 870m에 위치한 르웨탄의 둘레는 약 24㎞, 면적은 9㎢에 달한다. 호수 둘레를 따라 30㎞의 자전거길이 나있는데 이 중 자전거 전용도로가 11㎞였고, 나머지는 차도를 경유했다. 대만 자전거 매니어에게 ‘꿈의 코스’라 불린단다.

셰웨이쥔(謝謂君·48) 대만 교통부 관광국장은 “르웨탄은 예전부터 대만의 대표적인 자전거 하이킹 명소였다”며 “2012년에는 ‘CNNgo 트래블’이 뽑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길 10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이 아름다운 산중 호수에서는 매년 11월 자전거축제가 열린다. 평균 1만여 명이 축제에 참가하는데, 이 중 10%가 외국인이란다.

선샤인 방문자센터로 갔다. 유람선 선착장과 버스 정류장이 위치한 선샤인 방문자센터는 관광객이 연중 북적거리는 곳이다. 자전거 대여소도 선샤인 방문자센터주변에 몰려 있다. 자전거 대여료 1시간 약 200대만달러(약 7000원).

르웨탄 종주 코스는 중·상급 코스로 구분돼 있었다. 코스가 언덕을 넘나들기 때문에 경사도가 꽤 있었다. 선샤인 방문자센터에서 만난 대만인 장커핑(張可平·28)은 “자전거를 탄 지 1년 됐다”며 “르웨탄을 종주하기로 결심하고 6개월 동안 주말마다 30㎞씩 연습했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코스는 선샤인 방문자센터에서 출발해 샹산(向山) 방문자센터를 갔다오는 왕복 6㎞ 코스다. 코스 길이가 짧고 전 구간이 자전거 전용도로여서 초보자도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6㎞를 달리는 데 2시간이나 걸렸다. 거의 100m 간격으로 마련된 쉼터에서 사진도 찍고 풍광을 즐기며 쉬엄쉬엄 자전거를 탔기 때문이다.

멈춰 서는 곳마다 절경이었다. 아침 햇살이 내려앉은 호수가 유리알처럼 반짝거렸다. 호수 주변으로는 높다란 야자수가 늘어서서 그늘을 내줬다. 해발고도 950m 고지에 우뚝 솟은 르웨탄 츠언타(日月潭 慈恩塔)도 저 멀리 보였다. 대만 건국의 아버지 장제스(蔣介石·1887~1975)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세운 탑이라고 했다. 안개에 덮여 희미하게 실루엣만 드러낸 르웨탄 츠언타의 모습은 신비로웠다.

타이중 자전거 투어

타이중시의 공공자전거 아이바이크를 타고 거리를 지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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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자전거 투어의 마지막은 타이중 시티 투어가 장식했다. 인구 270만 명의 타이중은 수도 타이페이, 대만 최대의 항구도시 가오슝(高雄)과 함께 대만 3대 도시로 꼽힌다. 타이페이에서 남서쪽으로 150㎞ 떨어져 있다. 타이중은 자전거 여행에 편리한 도시였다. 공공자전거 ‘아이 바이크(I bike)’가 있어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자유롭게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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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 시내 곳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자전거 아이바이크.

“타이중시는 2014년에 아이 바이크를 도입했어요. 시민 편의를 위해 설치했는데 관광객에게도 반응이 좋아요.”

가이드 왕위화(52)씨가 말했다. 현재 타이중시에는 아이 바이크 대여소가 100여 곳 있다. 대여소마다 자전거를 최소 30대, 최대 200대까지 구비했다. 관광 명소와 주요 버스역 등에 무인 대여소가 설치돼 있는데, 원하는 곳에서 자전거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었다. 처음 4시간은 30분에 10대만달러(약 360원), 4∼8시간에는 30분에 20대만달러(약 720원), 8시간이 넘어가면 30분마다 40대만달러(약 1400원)를 내야 한다. 24시간 내내 운영되는 아이 바이크는 신용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어 편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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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 펑지아 야시장에서 파는 과일 꼬치. 딸기·체리·키위 등을 꼬치에 꿴 뒤 설탕 시럽을 듬뿍 바른다.

아이 바이크를 타고 타이중 관광지를 둘러보았다. 시내 풍경은 우리의 여느 중소도시와 비슷했다. 도심 지역에 각종 관공서와 문화시설, 주요 관광지가 밀집해 있었고, 대학교 주변으로 번화가가 형성됐다. 타이중 시내는 거의 평지였다. 경사도가 없어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는 수월했지만, 자전거 도로가 따로 없어서 인도를 달리거나 갓길을 이용해야 했다. 도로에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많아 먼 거리를 이동하기엔 겁이 났다. 대신 공원이나 미술관과 박물관 등 관광 명소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도가 널찍해 자전거를 타기에 수월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국립미술관이었다. 1988년에 지은 국립미술관에는 대만 국보 2점을 포함해 예술작품 1만여 점이 걸려 있었다. 국립미술관 앞 너른 잔디밭은 아이들 차지였다. 1916년에 조성된 술 공장 단지를 리모델링해 만든 ‘타이중 문화 창조산업 공원’은 2002년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주로 신진 작가의 전시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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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에 있는 무지개마을은 알록달록한 벽화로 꾸며져 있다.

아이 바이크를 타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다 해가 졌다. 바로 펑지아(逢甲) 야시장으로 이동했다. 대만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야시장이랬다. 펑지아 야시장에도 아이 바이크 대여소가 있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자전거는 포기했다. 곱창국수, 닭가슴살 튀김, 취두부, 망고빙수, 굴전, 왕만두구이 철판구이, 버블티 등 길거리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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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대만에는 국제공항이 두 곳 있다. 타오위안 공항과 가오슝 공항이다. 타이페이를 갈 때는 타오위안(桃園) 공항이, 대만의 중·남부를 여행할 때는 가오슝 공항이 편하다. 중화항공(china-airlines.co.kr)·에바항공(evaair.com)·아시아나항공(flyasiana.com) 등이 인천~가오슝 직항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비행시간 약 2시간 40분. 대만이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화폐는 대만달러를 사용한다. 100대만달러가 약 3600원(1월 27일 기준)이다. 헝춘의 1월 평균기온은 20도로 우리의 초가을과 비슷하다. 밤에는 선선하고 한낮에는 섭씨 26~27도를 웃돈다. 중부지역은 남부보다 온도가 낮다. 타이중의 1월 평균기온은 15도다. 대만관광청 한국사무소(tourtaiwan.or.kr) 02-732-2357.

글·사진=홍지연 기자 j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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