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갑자기 교회 찾고 성경 읽는 트럼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기사 이미지

보수 유권자 모임 ‘밸류즈 보터 서밋’에서 성경책을 들고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유튜브 캡처]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갑자기 ‘독실 캠페인’에 나섰다. 다음달 1일 아이오와주에서 열리는 첫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현지 교회를 찾는가 하면 연설 도중 성경을 읽는다.

복음주의자 많은 아이오와 표 겨냥
쓴소리 설교 경청, 연설 때 성경 인용

 트럼프는 24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의 한 교회를 찾아 설교를 경청했다. “예수는 사랑받지 못하며 차별받는 이들을 위해 이 세상에 왔다”는 설교 내용은 이민자를 비난해온 트럼프에겐 쓴소리였지만 평소처럼 발끈하지는 않았다.

이날 CNN 인터뷰에선 “나는 나쁜 짓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고 많은 이들의 생각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8일엔 버지니아주 리버티대 연설에서 준비해온 성경 구절을 읽으며 “기독교인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종교적 학살을 자행하는 것을 거론하면서다.

 트럼프는 공식적으론 장로교인으로 맨해튼의 한 교회를 다닌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의 결혼식 장소로 교회를 이용하고 크리스마스 때나 교회를 찾는 기념일 신자다. 의회 전문지 힐은 “맨해튼의 해당 교회에 따르면 열성적인 신도는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돌연 독실 행보로 나선 것은 아이오와주 유권자 특징 때문이다. 4년 전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언론사들의 출구조사에선 투표자의 57%가 스스로를 “복음주의자”로 밝혔다. 그래서 이곳은 보수적인 백인 신자들의 표심이 크게 작용한다.

트럼프의 믿음 마케팅은 이들을 겨냥했다.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각축을 벌이는 경쟁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교회 선거전에 주력한 데 대한 견제 의도도 있다. 크루즈 의원은 쿠바 출신인 아버지가 미국에서 자리잡은 뒤 순회 전도사로 활동했던 경력을 내세우며 ‘정통 보수’를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