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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바오바의 시작’을 주목하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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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호 18면

강일구 일러스트

2015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9%로 나왔다. 그러자 중국경제 경착륙 우려가 넘친다. 서방 언론에서는 25년만에 7%가 붕괴됐고, 바오치(保7) 시대의 종언이고,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난리다. 올해는 6%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중국 통계청의 GDP 발표 기자회견장에서는 중국 GDP 통계가 믿을 만하냐는 기자의 질문까지 나왔다. 서방의 시각은 중국 성장률이 낮게 나오면 ‘차이나 리스크’고 높게 나오면 ‘수치 조작’이라는 식이다. 한마디로 중국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시각이다.


중국의 2014년 성장률이 7.3%였고, 2015년 6.9%이면 0.4%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한국은 3.3%에서 2015년에 2.7%로 0.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0.4%포인트 하락한 중국 경제가 경착륙일까 0.6%포인트 하락한 한국경제가 경착륙일까? 서방세계가 중국의 GDP 성장률을 보는 시각은 비유하자면 이런 식이다. 초등생이 매년 10㎝씩 키가 자라다가 중학생이 되서 6㎝씩 자라면 경착륙이고, 위기라고 보는 것이다.연 10%씩 성장하다가 이젠 6%대로 떨어졌으니 경착륙의 위험성을 경고할 만 하지만 이는 규모를 감안하지 않은 착시다. 2005년 후친타오 시절 중국 GDP는 2조3000억 달러 대였는데 2015년 중국 GDP는 11조4000억 달러로 5배가 커졌다. 후진타오 시절 GDP를 100이라고 보면 10% 성장은 10이 증가한 것이고, 시진핑 시대 GDP는 500으로 35가 증가해야 6.9% 성장이다. 10이 35만큼 늘어났는데 증가율이 떨어졌다고 경착륙이라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빨리 성장중국의 성장률 6%대는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6년 전인 2010년 중국이 10% 성장할 때 세계 경제성장률은 5.4%였다. 2015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3.1%다. 세계 성장률 대비 중국 성장률 비율은 2010년에 2배였는데 2015년에는 2.2배다. 세계경제와 비교한 중국의 상대성장률은 오히려 높아졌다. 2010년 중국의 GDP 규모는 미국 대비 40% 수준이었는데 6년 사이에 중국의 성장률은 떨어졌지만 미국은 더 떨어졌다. 2015년에 중국의 경제규모는 미국 대비 63%다. 6년 사이에 57%나 높아졌다.


중국은 7% 성장의 바오치 시대를 마감했지만 경제구조를 보면 큰 변화가 있었다. 제조업의 비중이 40%대로 떨어졌고 서비스업의 비중이 51%로 높아졌다. 제조대국 중국이라는 판단은 이젠 안 맞는다. 중국은 지금 서비스대국이다. 중국 GDP의 40%를 차지하는 제조업은 두 자리 수 성장에서 6%대로 하드랜딩 중인 것은 맞다. 그러나 51%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은 7%대 성장에서 2015년에는 8%대로 성장률이 더 높아지고 있다. 제조대국 중국은 하드랜딩이지만 서비스대국 중국은 고성장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전 세계 유통업체들이 모두 고전이다. 유럽과 미국, 그리고 한국의 세계적 브랜드의 마트들이 판매 부진으로 중국에서 보따리를 싸고 있다. 중국의 소비와 유통시장이 정말 줄어든 것일까? 아니다. 모바일과 인터넷이 만든 새로운 유통과 소비 패턴이 만들어낸 기존 상권의 몰락일 뿐이다. 이미 중국에서 온라인 소비의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경만 하고 구매는 인터넷과 모바일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프라인 매출은 계속 줄지만 온라인 매출은 급신장하고 있다. 오프라인 소비는 줄어들고 있지만 온라인을 합친 전체 소비는 두 자리수의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오프라인 유통기업은 경기침체라고 하는 것이고, 온라인 유통기업은 세계 최고의 성장시장이라고 보는 것이다.


지금 중국경제를 견인하는 것은 서비스업이고 성장률을 깎아 먹고 있는 것은 제조업이다. 중국 제조업은 바오치 시대를 마감하고 6%대로 내려 앉았지만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서비스업은 8%를 넘어서 제조업이 성장 둔화를 막고 GDP를 끌어 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이 전환기에 들어선 것은 맞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끝나면 더 강해진 중국으로 나타날 확률이 최소한 51%다. 중국이 정책적으로 죽이고 있는 전통산업을 보지 말고 중국이 목숨 걸고 키우는 신성장·신소비 산업에 베팅해야 한다. 자동차 경주에서 승부는 커브 길에서 거는 것이다. 직선 길에서는 못 이긴다. 한국은 중국의 전환기, 커브 길에서 승부를 걸어야 산다.


지금 중국이 가는 길은 미국과 같은 길이다. 공해 많은 전통 제조업을 죽이고 첨단산업과 서비스업으로 경제구조 전체를 바꾼다. 과거 30년간 미국의 이런 변화에 잘 대응한 한국은 수출을 통해 잘 먹고 잘 산 경험이 있다. 중국이 미국처럼 될 때, 한국이 과감하게 베팅하고 그간의 경험을 살리면 중국의 변신에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


한 해 매출이 1년 뒤 한 달 매출로 제조업을 해외로 보낸 미국, 정보기술(IT) 하드웨어 기술혁신을 통해 잘 먹고 잘 살았다. 그리고 IT에서 아시아가 추월하자 이젠 인터넷과 모바일의 IT 서비스 기술혁신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온라인 to 오프라인(O2O), 사물인터넷(IoT)이 미국 IT 기술혁신의 2.0 버전이다. 제조 시대에는 큰 것이 작은 것을 먹었고, IT 시대에는 빠른 놈이 느린 놈을 먹었지만, IT 서비스 시대에는 ‘친구 많은 자가 적은 자를 먹는 시대’다. 가입자가 많은, 시장을 장악한 자가 왕인 시대다. 지금 미국의 모바일 가입자는 3억2000만 명이지만 중국의 모바일 가입자는 13억명으로 미국의 4배다. 기술은 죽었다 깨나도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지금 미국은 IT 서비스 기술을 가졌고 중국은 시장을 가졌다.


이젠 한국에게 중국은 미국을 대신할 신시장이다. 굴러 들어온 호박을 호박인줄 모르고 밟아 깨서 쪽박 만드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중국이 잘 안 되는 분야를 걱정 말라. 그것은 리커창 총리가 걱정할 문제다. 한국은 중국의 잘 되는 분야에 올라 탈 생각을 해야 한다. 한국 경제, 이젠 중국을 떼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베이징 나비의 날개 짓이 서해를 건너면 태풍이 되는 시대다. 한국이 추락하는 중국 전통 제조업의 꼬리를 붙들고 계속 버티면 안 된다. 비상하는 중국의 서비스와 첨단산업의 날개를 잡아야 한다.


중국은 1년 매출액이 1개월 매출로 바뀌는 무서운 성장의 나라다. 중국의 전기자동차 시장은 2014년 연간 판매량보다 2015년 12월 한달 판매량이 더 컸다. 한국 시장의 30배 규모를 가진 나라고, 한국 성장률의 2배 이상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비관적으로 보고 낙담한다면 세상 어디도 돈 벌 곳은 없다.


전병서?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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