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학자 “유엔 북핵 제재에 중국 동참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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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호 7 면

세미나 참석자들이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 등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정지융 주임, 왕이성 주임, 차두현 자문관, 박병광 실장. 한우덕 기자

“북한은 그동안 6자회담에서 자신들이 소외됐다고 생각해왔다. 나머지 5개 나라가 똘똘 뭉쳐 북한을 상대하는 ‘5:1구도’라고 여겨왔다. 북한을 빼고 5자회담을 하자는 주장은 이전 구도와 다를 게 없다.”


정지융(鄭繼永) 중국 푸단(復旦)대 북한한국연구센터 주임은 23일 수원 아주대 회의실에서 열린 ‘2016 변혁 중인 동북아와 한·중 관계’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6자회담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5자회담에서 풀기란 더더욱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5자회담 무용론인 셈이다.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소장 김흥규 교수)가 주최하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후원한 이번 세미나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이뤄진 첫 한·중 전문가 회의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양국 전문가 30여 명이 참가해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으로 표면으로 떠오른 5자회담에 대해서도 양측의 시각 차가 뚜렷했다. 정 주임은 “6자회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을 버렸을 경우 더 좋은 방안은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군(軍) 관련 국책연구기관인 군사과학원의 왕이성(王宜勝) 아시아·아프리카부 주임 역시 “북핵 문제는 6자회담과 유엔의 틀 안에서 대화와 협력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5자회담은 ‘북한에 압박감을 주면서도 거래비용을 줄이자’는 효율성 측면에서 나온 방안”이라며 “중국이 이를 ‘한국과 미국이 도출한 안을 나머지 국가들이 받아들이게 하는 틀’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해 실효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대화와 압박 중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지에 대해서는 엇갈렸다. 정 주임은 “유엔 안보리의 보다 강력한 제재에 중국도 동참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제재의 조건과 시간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마지노선은 어디인가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 핵 대응책을 놓고 아직도 고민 중임을 시사한다. 그는 또 “북한이 붕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그게 바로 대화가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왕 주임은 “북한의 이번 도발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실패한 수소폭탄 실험’이거나 ‘성공한 원자탄 실험’이라고 본다”며 “새로운 조치를 통해 북한이 불가역적으로 핵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안정·대화라는 3개 원칙은 장기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민해방군 현역 장교인 왕 주임은 “중국 또한 한국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많은 안보 우려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관련국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이익을 훼손한다면 중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토론에 나선 한국 측 전문가들은 대화와 압박 모두 중요하지만 지금은 대화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차두현 경기도 외교정책 특별자문관은 “지금 6자회담 얘기를 하는 것은 죄인을 감방에 보내기도 전 감형부터 논의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기존의 접근법과는 다르다는 시그널을 북한에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광 실장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 한·미·일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시간은 유리하지 않다”며 “대화만으로는 안 되고 압박도 동시에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우덕 기자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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