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DJ 딸입니다" SBS, 19일밤 '딸 주장' 여성 인터뷰 보도 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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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풍언씨 부인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여인에게 생활비를 넣어준 통장. 조씨는 김 전 대통령의 일산집을 사들인 무기중개상이다. [SBS 제공]

2000 ~ 2001년 큰 파장을 일으킨 '진승현 게이트'의 일부 자금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과 그 어머니의 입을 막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언론이 김 전 대통령의 딸과 관련된 보도를 내보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SBS '뉴스추적'은 19일 오후 8시55분 '나는 DJ의 딸입니다-진승현 게이트와 국정원 특수사업의 실체' 편을 통해 이 사건의 알려지지 않은 의혹을 보도한다. 그러나 동교동 측은 "말도 안 되는 소설"이라는 반응이다.

◆ "'특수사업'은 사생활 정리 작업"=30대 초반 벤처기업가 진승현씨의 2000억원대 불법 대출로 시작된 '진승현 게이트'.

이 사건은 국정원 고위 간부들이 구명 운동을 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확대됐다.

검찰은 재수사를 통해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과 정성홍 전 국정원 경제과장이 진씨로부터 3억5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뉴스추적'은 18일 "이 중 2억원이 '특수사업'이라는 이유로 기소 대상에서 빠졌으며, 특수사업은 김 전 대통령의 사생활을 정리하는 작업이었을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은 19일 방송을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제작진은 김 전 대통령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30대 여성을 인터뷰하는 데 성공했다. 대학원까지 마친 이 여인은 "초등학교 2 ~ 3학년 때부터 엄마 심부름으로 동교동에 가 생활비(현재 돈으로 약 100만원)를 받곤 했다" "김 전 대통령 측과 가까운 무기중개상 조풍언씨가 아파트를 사 줬다"는 등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제작진은 조풍언씨 부인 명의로 이 여인에게 돈이 입금된 통장을 확보했으며, "이 여인의 주장 중 상당 부분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뉴스추적'의 김명진 차장은 "지난달 진승현씨가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게 된 과정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게이트 관련자들로부터 이 사건의 실체를 들었다"며 "2000년부터 이 여인에 관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자 국정 붕괴를 우려한 국정원이 세 차례에 걸쳐 3억5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당시 상황에선 진승현씨의 돈이 가장 문제 없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며 이런 의미에서 진씨 또한 정권의 희생양적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SBS 취재 결과 이 여인의 어머니는 2000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드러났다.

◆ 검찰과 동교동 반응=김 전 대통령의 비서관인 최경환씨는 "너무 황당하고 말이 안 되는 얘기라 뭐라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동교동계 의원들은 "실제 숨겨놓은 딸이 있었다면 역대 정부에서 그걸 그냥 놔뒀겠느냐"고 반박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70 ~ 80년대 숨소리까지 도청당한 분"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또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박영관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2억원은 진승현이 무슨 부탁도 없이 단순히 '나라 위해 쓰십시오'라고 줬다는데 그걸 뇌물죄를 적용해 처벌하기 어려웠다"며 "'특수사업'이 뭔지는 조사하지 않았으며 딸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 진승현 게이트=당시 MCI코리아 부회장이었던 진승현씨가 99년부터 2000년까지 2300여억원을 불법 대출받고 주가를 조작한 사건.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덧붙여져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상복.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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