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통합시대] 中. '공평 보험료'가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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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통합이 마무리됐고 이제는 공평한 보험료 부과 기준을 만드는 것이 첫번째 과제입니다."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은 1일 건강보험 통합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보험료 부과체계의 중요성부터 꺼내들었다.

건강보험 재정이 1일 통합됐는데도 불구하고 '돈을 걷는 기준이 다른데 어떻게 돈을 같이 쓰려고 하느냐'는 의문을 의식한 듯하다. 그래서 金장관은 "이제는 직장과 지역 구분 없이 모든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 부과체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당초 1999년 건보통합을 시작할 때 전제조건은 직장과 지역의 보험료 부과기준을 단일화한다는 것이었다. 이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자 통합이 두 차례 연기되기도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소득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단일 부과기준을 마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올 들어 내놓은 개념이 공평한 보험료 부과체계다.

이는 직장가입자 한 사람이 월 6백여원의 보험료를 더 내지만 1천9백여원을 더 쓴다는 것을 감안한 방식이다. 이에 따르면 지역가입자에 대한 국고 지원금(올해 2조7천억원, 1인당 9천3백원)은 보험료 부담으로 계산된다. 이는 직장인의 보험료 절반을 기업주가 부담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한다.

하지만 건보공단 직장노조 김회선 정책위원은 "기업주가 부담하는 보험료는 임금의 일부인 반면 지역가입자의 국고지원금은 성격이 다르다. 이를 빼고 계산하면 직장인이 월 1만원 가량 보험료를 더 낸다"고 말했다.

또 직장인은 매년 보험료 산정기준이 되는 임금이 인상(약 8%)돼 보험료가 오르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 등 보험료 과표가 3~4%만 올라간다. 이 때문에 보험료를 같은 비율로 인상해 직장인의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그래서 부과 체계를 지금보다 더 공평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역 가입자에 대한 국고지원 방식을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조우현 교수는 "지역에 대한 국고 보조금이 지금처럼 고소득 자영자에게 가지 않게 하고 저소득층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쪽으로 차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영자의 소득 파악률을 높이는 것이다. 소득만 제대로 파악된다면 직장과 지역의 보험료를 소득이라는 단일기준으로 부과할 수 있다. 부과체계 논란도 사라진다.

현재 지역가입자 중 연간 5백만원 이상 종합소득세를 내는 사람은 10%가 안된다. 정부가 소득자료를 갖고 있는 34%의 소득이 어느 정도 파악된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또 지역가입자이던 의사나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을 직장가입자로 전환시키면서 이제는 직장가입자 간에 소득 파악률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전환 후 보험료가 크게 줄어든 사람도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사회보험팀장은 "보험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영자 소득 파악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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