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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주사→도수치료 조작…실손보험금 허위청구 병원 36곳 적발

중앙일보

입력

서울 A의원은 젊은 여성 사이에서 ‘걸그룹주사(지방분해주사)’를 잘 놔 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 방에 5만~7만원 하는 비싼 주사인데 실손의료보험 보장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A의원은 막상 진료기록부에 실손보험 보장 대상인 도수치료(맨손 통증치료)를 한 것으로 허위 기재한 뒤 환자에게 보험금을 청구하도록 해 나눠 가졌다.

금융감독원은 21일 이처럼 실손 보험금을 허위 청구한 병원 36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12월 실시한 보험사기 기획조사를 통해서다. 이들 병원은 보험설계사와 병원 상담실장 경력의 사기 브로커와 짜고 환자에게 실손보험금 청구를 권유했다. 금감원은 해당 병원과 브로커·환자를 수사기관에 통보하기로 했다.

조사 결과 실손보험금 사기는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우선 치료 횟수와 금액 부풀리기다. 브로커를 통해 실손보험 가입 환자를 유치한 뒤 허위 진료비영수증을 발급해 보험금을 받아내는 방법이다. 실손보험 보장이 되는 도수치료와 고주파 온열치료처럼 값이 비싼 치료법 시행 횟수를 실제보다 과도하게 청구한다. 예를 들어 경기도의 B외과는 26일 입원한 환자가 체외충격파치료를 177회 받은 것처럼 부풀려 기재해 환자가 보험금을 타내도록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치료를 권장하는 의료계의 상식과 거리가 먼 횟수다.

미용·건강 목적의 시술을 실손보장이 되는 다른 치료로 조작하기도 한다. 병원 상담실장(코디네이터)이 주로 환자를 설득해 공모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손보험 보장이 안 되는 걸그룹주사·신데렐라주사(백옥주사)나 피부마사지를 한 뒤 도수치료로 조작하는 방식이다. 일부 병원은 도수치료실과 물리치료사가 전혀 없는데도 도수치료를 받은 것으로 진료차트에 기록했다.

외모개선을 위한 성형치료를 해놓고 상해·질병 목적으로 진단병명을 조작하는 사례도 많다. 척추·관절 전문병원인 서울 C의원은 환자에게 휜 다리 교정치료를 한 뒤 척추측만증(척추옆굽음) 치료로 진료확인서에 허위 기재했다.

실손보험 보장이 안 되는 고가의 미승인 의료시술을 한 뒤 보험 보장이 되는 치료를 한 것처럼 가짜로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 D병원은 무릎관절염을 앓는 환자에게 자가지방 줄기세포 이식술을 시행한 뒤 진료차트에는 실손보험에서 치료비를 지원하는 연골성형술을 한 것으로 적었다가 적발됐다.

이준호 금감원 보험조사국장은 “실손보험가입자는 병원·브로커가 치료비를 줄일 수 있다며 허위 진료비영수증 발급을 권유하더라도 보험사기인 만큼 절대 넘어가선 안 된다”며 “제안을 받으면 곧바로 금감원 보험범죄신고센터(1332)로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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