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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해 사는 68세 할머니 집 밖으로 이끌어냈더니…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북구 사는 A(68) 할머니는 이혼한 뒤 홀로 힘겹게 살아왔다. 믿고 의지했던 친오빠가 숨진데 이어 어머니마저 세상을 뜨자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었다.

독거노인 3100명에‘친구 만들기’시범 사업
친구 수 3배 늘고, 자살충동도 절반으로 줄어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걷기 조차 힘들어지자 A할머니는 자살 시도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 2014년 강북노인종합복지관의 독거노인 친구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2년 동안 상담치료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A할머니의 일상이 달라졌다. 이제는 또래 어르신들과 잘 어울리고 복지관 내 자원봉사활동도 시작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 컴퓨터 기초 수업도 받게 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전국 80개 노인복지관을 중심으로 A할머니를 비롯한 3100명의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친구만들기 시범사업을 시행한 결과 대상자의 고독감ㆍ우울감과 자살충동이 줄어드는 등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고 21일 밝혔다.

독거노인 친구만들기는 가족ㆍ이웃과의 관계가 단절된 채 혼자 살아가며 우울감과 자살충동 등이 있는 독거노인을 발굴해 노인복지관 등에서 사회관계 활성화프로그램과 심리 상담ㆍ치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비슷한 연령대의 독거노인과 함께 지내면서 서로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홀로 은둔해 살아 고독사 위험이 있는 노인이나 사회적인 관계는 유지되고 있으나 거동하기 힘들어 고독사 위험이 있는 노인, 우울증 정도가 심해 자살 위험성이 있다고 보이는 노인 등이 대상이 됐다.

대상자들은 프로그램 참가 전 평균 0.57명의 친구가 있다고 답했으나 참가 뒤엔 1.65명으로 늘었다. 자살충동 지수(38점 만점)은 18.26점에서 9.94로 크게 줄었다. 심리 검사 결과 고독감(4점 만점)은 2.66점에서 2.56점으로 줄었고, 우울감(30점 만점)은 9.08점에서 7.51점으로 줄었다.

정윤순 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은 “친구만들기 사업은 사회로부터 고립된 어르신을 사회 밖으로 이끌어 지역사회 복지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라며 “내년에는 총 40억원의 예산을 들여 시범사업 대상자를 48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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