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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른자위 땅, 새 부대시설, 지역사회 생기…1석3조 빅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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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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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는 돈 한푼 안들이고 90만㎡(약 27만평)의 노른자위 땅을 얻었다. 함안군은 고령화된 농촌에 젊은 인구가 유입되면서 활력을 되찾았다. 60년 된 낡은 건물에서 생활하던 군부대는 새 건물로 옮겨 장병의 복지 수준이 높아졌다. 지난해 7월 창원의 육군 39사단이 ‘기부-양여’ 방식으로 함안으로 이전하면서 생긴 변화다. 두 자치단체와 군부대 모두 만족스런 ‘일석 삼조’다.

39사단 ‘기부-양여’ 방식 이전
민간사업자 몫 땅엔 아파트 단지
남는 창원시 땅엔 공공시설 개발
군부대 새 시설로 장병 복지 향상
함안군은 젊은 층 유입으로 활력

 군부대 이전까지는 25년이 걸렸다. 논의가 본격화된 건 1991년부터다. 55년 경기 포천에서 창설된 39사단은 그해 7월 창원시 중동으로 옮겨왔다. 시청에서 차로 20분 거리지만 당시 외곽에 속해 80년까지만 해도 개발욕구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창원 시청을 중심으로 중·동부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부대 이전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군부대 때문에 신축이나 증·개축이 어렵다”는 불만이다. 창원시의회는 91, 96년 국회·국방부에 부대 이전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아무 회신이 없었다.

 그러던 중 2004년 7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당시 권경석 의원이 부대 이전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방부가 대상지 물색에 나섰다. 한 달 뒤 함안군이 “고령화된 군북면에 39사단을 유치해 발전을 꾀하겠다”고 유치의사를 밝혔다. 금세라도 부대 이전이 성사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년간 제자리걸음을 했다. 천문학적인 부대 이전 비용 때문이다. 해법을 찾지 못했다.

 돌파구가 나왔다. 2006년 말 국방부가 ‘기부-양여’ 방식이면 가능하다고 했다. 방식은 이렇다. 창원시가 선정한 민간 사업자가 사업비(8879억원)를 투입, 군북면 땅(488만㎡)을 매입해 부대를 지은 후 국방부에 기부한다. 그러면 국방부는 기존 군부대가 있던 중동·북면의 땅(129만㎡)을 창원시에 양여한다.

창원시는 국방부로부터 받은 땅 중 감정평가를 거쳐 8879억원 어치(전체의 약 30%·40만㎡)를 민간 사업자에게 대물변제한다. 창원시와 국방부는 2년간 타당성 검토 끝에 2008년 11월 합의한다. 2년 뒤 ㈜유니시티(태영건설 등 6개 건설사 컨소시엄)가 민간 사업자로 선정됐고, 2012년 3월에 공사에 들어가 지난해 7월 부대 이전을 완료했다.

 부대 이전은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함안군 군북면은 장병 800여 명이 들어오면서 젊어졌다. 부대 주변엔 편의점·대형 마트·당구장·고깃집 등이 잇따라 들어섰다. 입·퇴소식이 열릴 때면 장병·가족 등 600~700명의 외지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거리가 북적거렸다. 군부대 장병 자녀가 전학 오면서 지난해 초 80명이던 군북초 학생 수는 올해 1월 147명, 같은 기간 군북중은 107명에서 126명으로 늘었다.

 지역 주민에게도 부대 이전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군북면 장기리 3~4개 마을에 수박과 토마토 농사를 짓던 비닐하우스 60~70동이 돌풍으로 비닐이 찢어지거나 구멍이 났다. 망연자실하던 농민들에게 장병들이 구세주처럼 나타나 2~3일 만에 보수작업을 끝냈다.

당시 피해를 본 안병한(67)씨는 “그때 군 장병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올해 1월 수박 등을 출하해 3000여만 원의 수익을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함안으로 옮긴 군부대는 건물마다 냉·난방시설이 갖춰져 있고 복지시설도 많다. 양희창(22) 상병은 “환경이 좋아지니 내무반 분위기도 더 화기애애해 졌다”고 했다. 이대균(30) 대위는 “처음엔 도시에서 농촌으로 쫓겨난다는 느낌도 있었는데 막상 와 보니 시설이 좋아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39사단이 떠난 창원시 중동과 북면은 개발기대가 크다. 전체 129만㎡의 터 중 약 30%인 40만㎡에 민간사업자가 7100가구의 아파트와 상업시설을 짓는다. 시 소유인 70% 땅에는 공원과 학교·구청 등 공공 및 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와 민간사업자는 올해 1월부터 부지 개발에 들어가 2019년 3월쯤 완공 예정이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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