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분쟁ㆍ난민 돕기 위해 필요한 돈은?..UN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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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국가들 [출처=www.worldhumanitariansummit.org]

 1억 2500만 명이 모인 나라를 상상해보자. 일본에 이어 전세계 11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다. 이 나라에는 모든 시민이 일자리나 집이 없고 밥을 한끼 먹을 수도 없다. 수많은 여성들이 출산을 하다 사망하고 어렵게 태어난 아이들도 5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족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누군가의 손길 없인 아무것도 다시 시작 할 수 없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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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인구와 빈곤선 이하 생활, 인도주의 지원이 필요한 인구

 17일(현지시간) 공개된 유엔(UN)의 ‘인도주의 재원 고위급 패널 보고서-실패하기엔 너무도 중요한(Too important to fail)’에 묘사된 가상의 나라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분쟁과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기 힘든 이들은 1억 2500만 명이나 된다. 2014년 기준 매일 4만 2500명이 분쟁으로, 5만 3000명이 재해로 삶의 터전을 잃고 이동한다. 지난해엔 16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발생했고, 75만 명의 시리아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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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적 지원 금액과 지원 대상자들

보고서는 “세계 경제는 78조 달러(9경 4458조원)나 된다”며 “인간이 존엄을 지키지 못하고 굶어 죽는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유엔인도주의 업무조정국(UNOCHA)에 따르면 2000년 20억 달러(2조5000억원) 수준이던 인도주의 모금은 2014년 12배나 늘어 245억 달러(29조7000억원)가 됐다 .하지만 전세계 필요한 금액이 400억 달러(48조 6000억원)까지 늘어나며 겨우 62%가량을 충족시키는 실정이다.

400억 달러는 한국의 국방예산(344억 달러) 보다 많고 삼성전자의 연간 반도체 매출 실적과 비슷한 수준이다. 파워볼이 25번 당첨되야 가능한 금액이지만, 1억 2500만 명을 살리는 금액치곤 비싼편은 아니다.

세계 인도주의 날 관련 동영상 [UNOCHA]


 보고서는 공적개발원조(ODA)의 파편화 문제를 해결하고 구조적이고 지속가능한 지원체계를 설립해 인도주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로운 재원으로는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우버 택시 이용객들에게 5센트(12원)씩을 받는 방법과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기 티켓에 인도주의 세금(microtaxes)을 물리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그밖에 이슬람 지역에서만 31~33개의 분쟁이 있다며 무슬림 지역의 분쟁해결이 인도주의 상황 개선에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인도주의적 지원이 단순한 자비심에 의한 행동이 아니라 난민문제 등 전세계의 불안정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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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인도주의 재원 보고서관련 기자회견 중인 반기문 UN사무총장 [출처=UN포토]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우리는 초대형 위기(mega-crises)사회에 살고 있지만 인도주의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몇 주 내로 인도주의 문제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5월 반 총장의 요청에 의해 설립된 9명의 인도주의 자금 고위 패널에 의해 작성되었으며, 보고서를 토대로 오는 5월 23~24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첫 세계 인도주의정상회의(WHS)가 열린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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