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바이오 복제약 유럽서 첫 시판 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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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삼성이 5대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육성 중인 바이오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왔다.

관절염 등 치료제 ‘베네팔리’
세계 시장 규모 10조, 유럽 3조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7일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베네팔리’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로부터 최종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제품이 해외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건 2012년 2월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베네팔리는 유럽연합(EU) 회원국 28개 국가와 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등 유럽경제공동체(EEA) 3개 국가에서 판매될 길이 열렸다.

 베네팔리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다. 엔브렐은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성 관절염, 축성 척주관절염(강직성 척수염) 같은 질환에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브렐은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 암젠이 개발했는데, 지난해 특허가 만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제품 출시가 가능해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베네팔리는 지난해 9월 국내에서 첫 판매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와 같은 제품으로 미국의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젠’이 유럽 판매와 마케팅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베네팔리는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가운데 유럽에서 허가를 받은 1호 약품으로 기록된다. 엔브렐은 세계 시장에서 연간 약 10조원, 유럽 시장에서만 한해 약 3조원 어치가 팔린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베네팔리의 유럽 허가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로 발돋움할 토대를 마련했고, 유럽 국가들은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의 등장으로 의료 재정에 도움이 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팔리가 유럽 진출에 성공하면서 한국 바이오 제약사끼리 해외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국내 제약사 셀트리온은 류마티스 관절염 특효약 ‘램시마’를 오리지널 제품인 ‘레미케이드’의 특허가 끝난 지난해 2월부터 유럽시장에서 판매해 왔다. 램시마는 레미케이드 보다 45%가량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유럽 시장의 10~20%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램시마에 이어 베네팔리가 판매 허가를 받으면서 ‘메이드 바이 코리아’인 바이오시밀러 제품끼리 유럽시장에서 격돌하게 된 것이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3월 유럽에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SB2) 허가를 신청해둔 상태다.

삼성이 베네팔리에 이어 SB2 허가도 받을 경우 유럽시장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현재 셀트리온도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4종류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약품은 크게 합성(Chemical)과 바이오의약품(Biomedicine)으로 나뉜다. 합성 의약품이 화학물질로 만든데 비해 바이오의약품은 단백질처럼 사람이나 생명체에서 유래된 물질 기반의 의약품이다. 업계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2013년 1650억달러(전체 의약품 시장의 22%)에서 연평균 8.4%씩 성장해 2020년엔 2910억달러(시장 비중 27%)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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