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강한 가족] 척추질환 비수술 치료, 합병증·후유증 ‘제로’에 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기사 이미지

연세바른병원 박영목 원장이 파열성 허리 디스크 환자에게 절개 없이 통증 원인을 치료하는 경막외내시경 시술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조상희

인체를 지탱하는 것은 골격이다. 골격이 건강하기 위해선 뼈가 단단하게 잘 결합돼 있어야 한다. 척추도 예외가 아니다. 경추와 흉추·요추·미추 등 척추관절들이 피아노 건반처럼 가지런히 배열돼 각각의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문제는 관절의 불협화음이 발생할 때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뼈까지 접근하기 위해선 피부와 근육, 수많은 혈관과 신경을 손상해야만 한다.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는 위험부담도 따른다. 이를 겨냥해 개발된 것이 ‘비수술’ 치료법이다. 비수술은 척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절개 없이 통증을 해소하고, 일상생활로 복귀가 빨라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연세바른병원 의료진의 도움말로 진화하는 비수술과 올바른 선택법을 알아봤다.

직경 1㎜가량 내시경
통증 부위에 밀어넣고
레이저로 염증 태우는
경막외내시경 시술

척추질환 90%는 수술 않고 치료

척추 치료 패러다임 바꾸는 연세바른병원

비수술은 칼을 대지 않고 통증을 다스린다. 수술 부작용과 합병증으로부터 자유롭고, 환자의 조직을 최대한 보존해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도 부담이 적다. 연세바른병원 박영목 원장은 “이제는 수술을 해야 할 척추질환도 비수술이 대체할 정도로 정밀도가 높아졌다”며 “척추질환의 90%가 비수술 치료로 낫는다”고 말했다.

비수술의 장점은 맞춤형 치료다. 환자의 증상과 몸 상태에 따라 다양한 ‘치료 솔루션’이 존재한다. 이런 선택이 치료 성적과 직결된다. 환자의 조직은 최대한 살리면서 통증 원인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게 비수술 치료의 노하우다. 박 원장은 “비수술 장비가 고가인 데다 치료 방식이 각각 달라 모든 시술이 가능한 병원은 많지 않다”고 조언했다.

기사 이미지

척추관협착증은 풍선확장술 적용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는 척추관이 좁아지며 발병한다. 앉아 있을 땐 괜찮다가 걸을 때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이 심해진다. 박 원장은 “‘다리가 내 것 같지 않다’는 말을 하는 환자가 많다”며 “활동을 제한하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안정을 취하며 약물과 보존치료로 증상을 관리한다. 소염제와 진통제로 통증을 줄이면서 물리치료로 허리를 강화하는 식이다. 이런데도 통증이 계속되면 비수술 방식인 풍선확장술을 고려한다. 풍선이 달린 직경 2.5㎜의 특수 카테터를 척추관에 삽입하고, 특수약물을 주입해 풍선을 부풀리면 공간이 확보되면서 통증이 사라진다. 광범위한 협착증도 치료가 가능하다. 국소마취인 데다 시술 시간은 20분 안팎으로 짧다.

퇴행성 디스크엔 고주파 수액감압술

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는 척추질환의 대명사다. 척추 사이에는 500원 동전 크기의 연골(디스크)이 있어 하중을 분산하고 등을 유연하게 한다. 이 디스크가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거나 시간이 지나 딱딱해지면 튀어나오거나 터지며 신경을 압박한다. 이를 허리 디스크라고 한다. 다리 저림, 마비 등을 겪고 골반과 다리까지 통증이 내려오면서 삶의 질이 떨어진다.

대부분 허리 디스크는 휴식만 취해도 증상이 호전된다. 2~3주가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지속 기간과 원인을 분석해 각각 다른 비수술 치료를 적용한다. 만성·퇴행성 디스크는 고주파를 쏴 통증 신경을 차단하고, 이어 열을 가해 디스크 크기를 줄이는 고주파 수핵감압술이 효과적이다. 디스크를 감싸는 콜라겐 섬유가 강화되며 전보다 튼튼한 허리를 만들 수 있다.

급성·파열성 디스크는 과거에는 수술 외에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다. 요즘은 비수술인 경막외내시경 시술이 수술을 대체한다. 직경 1㎜가량의 내시경을 통증 부위에 밀어넣고 눈으로 직접 보면서 염증·유착을 없앤다. 레이저를 이용해 튀어나온 디스크를 수축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꼬리뼈가 아닌 척추 옆쪽으로 병변에 접근하는 추간공내시경 시술로 인해 적용 범위도 넓어졌다.

효과는 강력하다. 연세바른병원 의료진이 파열성 디스크 환자 229명을 경막외내시경 시술로 치료한 결과, 192명(83.8%)의 통증수치(VAS)가 평균 8.2에서 3개월 뒤 1.8로 대폭 감소했다. “견디기 힘든 수준”에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만족도는 80%가 넘는다.

의료진 매일 아침에 모여 치료법 협의

비수술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내시경의 경우 초창기 직경 5㎜였던 게 이제는 1㎜로 미세해졌다. 기존에 닿지 못한 병변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의료진의 입장에선 좁아진 시야에 맞춰 보다 정밀한 의술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연세바른병원 의료진(신경외과·정형외과·통증의학과·영상의학과)이 매일 아침 환자 사례를 공유하며 치료 방법을 논의하는 이유다.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종합해 최선의 해법을 도출한다.

특히 박 원장은 매년 세 차례 이상 관련 학회에서 비수술 논문을 발표하고,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과 공동으로 풍선확장술 임상연구를 진행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다. 그런데도 매년 5~6차례씩 관련 학회에 참석해 비수술을 ‘학습’한다. “과학 발전에 맞춰 의술도 빠르게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어 “병원이 검증된 비수술을 시행하는지, 임상 경험은 어느 정도인지, 진단과 치료가 한곳에서 진행되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