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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신영복 교수에게 남긴 이색 방명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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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오류동 성공회대 성미가엘성당. 신영복 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이곳엔 각계각층의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갑작스레 ‘시대의 스승’을 보내게 된 제자들의 발걸음도 쇄도했지만 줄이 길게 늘어선 이유는 정작 다른 데 있었다. 일반 장례식장에선 방명록에 이름 석 자만 적어넣으면 됐지만 이곳에선 생전 고인이 선사한 가르침에 화답하고자 하는 이들이 일일이 메시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은 어떤 못다한 말을 전하고자 했을까.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 “말과 행동 일치하는 이 시대의 모범생”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비보를 접하고 나니 어버이 돌아가셨을 때 하늘이 무너진다고 천붕이라고 하는데 이 시대 가장 큰 스승을 잃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듯 하다. 한 30분 동안 힘들게 대화를 나누셨는데 이게 마지막이란 걸 서로 다 알고 있으면서도 걱정하지 말라며 더 건강해지겠다고 약속하셨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지행합일, 이 시대의 가장 모범생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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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뜻과 얼은 늘 저희와 함께 할 것입니다. 노회찬’

박원순 서울시장 “좋은 세상 만들어갈 결의 다져야할 때”

“여러 가지로 힘든 세상이지만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좋은 세상 만들어갈 결의를 다져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에 굉장히 힘드셨을 때 잠깐 뵀었는데 그 때 이미 곡기를 끊으셨더라. 너무 힘들어서 말씀은 많이 못 나눴지만 이미 우리한테 충분한 가르침을 많이 남기셨다. 모든 정파와 여야와 모든 세력들을 넘어서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될 방향을 이미 많이 가르쳐주셨다고 생각한다. 저도 그런 제자 중의 한 사람이다. 또 필요할 때 글도 기꺼이 써주셔서 서화전 등에 판매해 사회운동 하는 데도 큰 도움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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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가르침으로 희망세상 만들어가겠습니다. 박원순’

안희정 충북도지사 “선생님과 한 시대에 산 것이 영광”

“식민지와 분단, 전쟁, 독재 등 우리 시대 가장 고통어린 시간을 온몸으로 받아내셨던 분이다. 그런 고통과 아픔으로 한 인간의 정신세계에서 걸러낼 수 있는 최고의 정신을 만들어냈다. 개인적으로 그 분과 한 시대에 살았다는 것을 매우 영광으로 생각한다. 선생님은 책을 통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지 줄곧 말씀하셨다. 우리 모두는 관계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그 관계를 적대적으로 자르려고 해서도 안되고 미움과 분노로 상대를 없애려 해서도 안된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의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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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 한 시대를 살았음에 영광이었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충남도지사 안희정’

조희연 서울교육감 “감동의 메시지를 언제 다시 들을 수 있을런지요”

“정말 우리 시대의 위대한 스승을 잃어버린 것 같다. 개인적으로 선생님이 학교에 재직하기 시작한 90년대 초반부터 같이 있었다. 동료라고 말하기엔 부끄러운 제자로서 감동의 말씀을 25년 동안이나 들으며 살았던 것이 가슴시린 감동이었던 것 같다. 식사하면서 던진 말씀 하나 하나가 감동이었다. 그의 언어와 말씀과 메시지가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가슴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깊은 성찰에서 사회의 축소판처럼 살아낸 고난의 감옥에서 길어올린 언어이고 말씀이고 메시지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좌절이 실망과 혐오로, 적대와 자살로까지 표현되고 있는 시대에 희망의 언어를 말씀하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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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위대한 스승을, 위대한 삶의 스승을 잃어버렸습니다. 선생님의 감동의 메시지를 언제 다시 들을 수 있을런지요. 그냥 슬픔을 이고, 좌절하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조희연 올림’

한상진 국민의당 창준위 공동위원장 “진주같은 깨끗한 마음으로 후학 가르쳐”

“젊으신 나이에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감옥에서 고생하시고 이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과 짙은 체험을 나누시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많이 고통을 당하시고 어려움을 겪으신 분인데 그토록 그많은 어려움을 정말 맑은 정신으로 이겨내시고 또 깨끗이 치유하신 것이 기적이 아닌가 싶다. 정말 진주같은 깨끗한 마음, 글, 사상으로 후학들을 가르치다가 너무 빨리 돌아가셨다. 이 사회의 가장 어려운 분들과 함께 이 시대를 걸어갔던 정말 존경받는 지식인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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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어둠과 고통을 맑은 영혼으로 이겨내신, 선생님, 영면하소서. 2016년 1월 16일 국민의당 창준위 공동위원장 한상진’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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