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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의 글

중앙일보

입력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를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감옥에서는, 특히 독방에 앉아서는 모든 문제를 근본적인 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선 나 자신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유년 시절에서부터 내가 자라면서 받은 교육을 되돌아보게 되고 우리 사회가 지향했던 가치에 대해서 반성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게 될 동양고전 강독은 사실 감옥에서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강의』 중에서)

"우리는 결코 떠날 수 없는 자리에서 저마다의 삶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땅에 뿌리박은 한 그루 나무일 뿐입니다. 삶이란 비록 그것이 감옥처럼 고인 세월이든 강물처럼 흐르는 세월이든 지나간 세월은 어김없이 우리들의 가슴 속에 깊숙이 들어와 결코 떠날 수 없는 자기 자신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더불어숲』 중에서)

"인간주의의 절정인 파르테논 신전을 바라보며 이제는 자기의 소산(所産)인 문화와 물질 속으로 함몰해가고 있는 오늘의 인간주의를 반성하게 됩니다. … 새로운 인간주의는 자연으로부터 독립하는 것도 아니며, 궁핍으로부터 독립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인간이 만들어 쌓아놓은 자본으로부터, 그리고 무한한 허영의 욕망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더불어숲』 중에서)

"내가 (교도소에서)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햇볕' 때문이었다. 길어야 2시간밖에 못 쬐는 신문지 크기만 한 햇볕을 무릎 위에 받고 있을 때의 따스함은 살아 있음의 어떤 절정이었다. 겨울 독방의 햇볕은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였고 생명 그 자체였다."(『담론』 중에서)

"창 밖으로 보이는 산에는 그동안 흠씬 물 머금은 수목들이 무섭게 성장할 태세로 여름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름을 다만 더위로서만 받아들이기 쉬운 저희들은 먼저 저 수목들의 청청한 태세를 배워야 합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개인과 개인의 아득한 거리,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을 위협하지 못하게 하는 벽, 인간관계가 대안(對岸)의 구경꾼들간의 관계로 싸늘히 식어버린 계절…. 담장과 울타리. 공장의 사유, 지구의 사유, 불행의 사유, 출세의 사유, 숟갈의 사유…. 개미나 꿀벌의 모두살이에는 없는 것이다. 신발이 바뀐 줄도 모르고 집으로 돌아온 밤길의 기억을 나는 갖고 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폭서의 한 가운데 끼인 입추가 거짓 같기도 하고 불쌍해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입추는 분명 폭염의 머지않은 종말을 예고하는 선지자임에 틀림없습니다. 다만 모든 선지자가 그러하듯 '먼저' 왔음으로 해서 불쌍해보이고 믿기지 않을 따름입니다."(『감옥으로부터 사색』 중에서)

"나는 그 '자리'가 '사람'보다 크면 사람이 상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평소 '70%의 자리'를 강조합니다. 어떤 사람의 능력이 100이라면 70 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30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30 정도의 여백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강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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