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결석 초등생 찾고보니 부모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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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초등생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냉동 보관하고 있던 30대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목욕시키려다 넘어져 의식 잃어”
30대 부부, 당시 7세 아들 시신 유기
냉동고 3년 보관하다 친구집 옮겨
인천 학대 계기 결석생 조사서 적발

 경기도 부천원미경찰서는 15일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최모(34)씨와 아내 한모(34)씨를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2012년 11월부터 사망한 아들(당시 7세)의 시신을 훼손해 냉동고 등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2년 10월께 목욕을 싫어하던 아들을 강제로 욕실로 끌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아들이 넘어져 의식을 잃었고 11월에 숨졌다고 진술했다. 부부는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한 달간 인천 부평구에 있는 자신들의 집에 방치했다. 아들이 숨진 후 최씨는 시신을 훼손해 비닐에 넣어 최근까지 냉동고에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 13일 아들이 다니던 학교에서 연락이 오자 시신을 가방에 담아 인천시 계양구에 있는 친구 집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5일 오후 3시50분쯤 최씨의 친구 집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시신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최씨의 친구는 “가방에 뭐가 들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씨 부부가 아들을 살해해 시신을 훼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범행 시점과 동기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은 최군이 다니던 학교 측으로부터 “장기 결석 아동이 있으니 소재를 알아봐 달라”는 의뢰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최군은 초등학교 1학년이던 2012년 4월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다. 최군은 그해 3~4월께 동급생의 얼굴에 상처를 내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회부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았고 이후 등교도 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인천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장기 결석 학생을 전수조사하던 중 최군 사례를 파악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집에선 아들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고 딸(10)의 물건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에 대한 실종신고도 없었고 아이를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최씨 부부를 추궁해 아들이 숨진 사실을 밝혀냈다.

현행법상 장기 결석 학생에 대한 학교의 조사·신고 의무는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정당한 사유 없이 학생이 7일 이상 결석할 경우’에만 학생과 부모에게 독촉장을 보내도록 돼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인천 아동학대 어린이 사건 이후 장기 결석 학생에 대한 담임교사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의 ‘미취학 및 장기 결석 아동관리대책’을 추진 중이다.

 경기대 이광호(청소년학) 교수는 “장기 결석 학생이 있을 때 학교가 행정기관에 바로 통보할 수 있게끔 시스템이 체계화돼 있었다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유럽 등 선진국들은 장기 결석생이 발생하면 즉각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가정환경 등을 조사하게끔 돼 있다”고 했다.

부천=최모란 기자, 홍상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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