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미래부, 기기는 산업부서 담당 … 바이오 컨트롤타워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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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내 바이오 산업은 담당 부서가 복잡하게 나뉘어 있다. 의료기술 개발과 뇌과학원천기술 사업은 미래창조과학부, 생물화학과 바이오의료기기는 산업통상자원부, 질병관리연구는 보건복지부, 생명산업기술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 생물자원 발굴과 연구는 환경부가 맡는다.

한국 신성장 동력 10 <4> 바이오
10년간 개발한 기술 허가에만 1년
일본 의료연구개발기구로 중복 해결
중국 바이오 굴기 전 시장 선점해야

제약업계 관계자는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신약후보물질 같은 기초 연구 결과에 대해 공유가 안 돼 중복 투자와 비효율의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일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의료연구개발기구(AMED)를 발족했다. 이 기구가 문부성·후생노동성·경제산업성 3개 부처의 바이오 관련 예산 집행을 총괄하면서 중복 투자 문제를 해결했다.

외국은 투자 효율성 제고에 정부가 나서는데 우리나라는 견고한 부처 칸막이 사이에서, 국내 제약사들끼리 각자도생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대통령 보고에서 ‘바이오 총괄 독립기구’ 건립의 필요성을 건의했지만 진척되지 않았다.

 바이오 산업에서 기술 도약이 시급한 이유는 ‘승자 독식’ 시장이기 때문이다. 신약의 경우 특허 기간 20년 동안 글로벌 시장에 독점 판매할 수 있다. 이 기간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린다. 미국의 화이자는 10여 년간 1조원 이상을 들여 리피도라는 고지혈증 치료제를 개발했다. 개발 성공 이후 20년간 150조원을 벌어들였다.

 성장 동력이 떨어진 우리나라가 바이오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이오는 대규모 투자와 함께 연구 과정에 사회 전반의 지식 수준이 반영되기 때문에 후발 주자들이 쫓아오기 쉽지 않다. 생명을 다루는 분야라 제약·제조 과정의 투명성, 임상시험의 신뢰성 등 사회 전체 수준이 높아져야 글로벌 리딩 컴퍼니가 탄생할 수 있다. 사회 전체 수준이 마켓에 장벽이 되는 것이다.

 연세대 생화학과 권영근 교수는 “바이오는 생물학·화학부터 임상학까지 과학기술의 모든 분야가 집결되는 분야”라며 “카피의 달인인 중국이 기계·전자·조선 같은 제조업을 금세 쫓아와도 바이오만큼은 쉽게 쫓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정부가 나서서 바이오 굴기(?起)에 뛰어들기 전에 멀찌감치 떨어뜨려 놔야 우리 먹거리가 보장된다”고 말했다.

 세계적 제약사가 국내에서 나오게 하려면 규제 정비도 필수다. 10여 년에 걸쳐 임상시험을 마무리하고 나면 정부에서 허가받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린다. 정부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검토에 180일, 심의에 90일을 소요하고 평가와 심의 방식도 중복된다.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할 경우 피실험자에게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연구비가 늘어나는 문제도 있다. 지난해 11월 규제개혁 장관회의에 오른 사안들이지만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약값 정책도 산업경쟁력 차원에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거액을 들여 개발한 바이오 신약의 국내 단가를 낮추면 세계 시장에서는 그 가격 이상 받기 어려워진다. 큰돈을 벌 기회를 내부에서 제한하는 셈이다. 국내 제약시장은 세계 시장의 2%에 불과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적절한 보상이 따라야 R&D 투자가 활성화돼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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