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 파문 정가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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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이 무기중개상 김영완(金榮浣)씨 의혹사건에 달려들 분위기다. 金씨는 대북 송금과정에서 현대의 양도성 예금증서(CD) 1백50억원을 세탁해 돈을 박지원(朴智元)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간 당 대표 경선 탓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점검하는 정도에 그쳤으나 당 체제가 정비된 만큼 의혹 캐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려 한다.

박종희(朴鍾熙)대변인은 "金씨가 대북 뒷거래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고, 박지원.권노갑씨 등 김대중(DJ)정권 실세들과 유착된 인물이라는 정황이 자꾸 나오고 있다"면서 "예사 권력비리가 아닌 만큼 검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통인 정형근(鄭亨根)의원은 "金씨는 DJ정권에서 급격히 큰 무기중개상"이라며 "그는 군 수뇌부 등과 접촉이 잦았으며 일부 군 고위관계자들은 그 앞에서 쩔쩔맸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DJ정권의 최대 스캔들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며 권노갑.박지원씨 등과 직접 연결돼 있는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인 박세환(朴世煥)의원은 1990년 이후 金씨가 대표나, 이사로 등재된 무기중개회사의 거래실적 자료를 국방부에 요청해 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金씨를 캐면 또다른 대형사건이 터질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특검이 밝혀낸 1백50억원 세탁문제는 오히려 곁가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鄭의원은 "그동안 감춰졌던 DJ정권 실세들의 권력형 비리사건이 드러나 1백50억원 문제보다 훨씬 큰 파문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민주당 주변에선 金씨가 권노갑.박지원씨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權씨 측은 "金씨를 모른다"고 했고, 朴씨도 "단순히 좀 아는 사이였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權씨 측근이었던 A씨는 30일 "權 전 민주당 고문과 金씨가 만난 것은 90년 국감 이후로 친분이 상당히 두터웠다"고 말했다. 그해 11월 국회 국방위원이던 權씨가 국정감사에서 金씨의 무기중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비록 악연으로 만났지만 그 이후부터 친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93년 8월 金씨가 율곡사업 국회 국정조사의 증인으로 채택됐을 때 權씨는 당시 소속당인 민주당 의원들에게 "잘 봐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A씨는 밝혔다. "權전고문이 99년 평창동의 빌라에 살 때 權전고문과 가까웠던 사람들은 거의 모두 金씨가 살던 집에 사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도 했다. 이는 "집 주인이 (金씨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은) 河모씨라고만 들었을 뿐, 그 집이 金씨 것이었는지는 전혀 몰랐다"는 權씨 측 주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權씨 아들이 보잉사의 인턴사원으로 일했던 것도 보잉사 대리인이었던 金씨 덕분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權씨 측은 "말도 안되는 억측"이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金씨와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누구의 소개로 서로 알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매우 가깝게 지냈다는 게 朴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B씨의 얘기다.

이상일.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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