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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핑계, 저 이유 … 앞다퉈 뛰는 식탁 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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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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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식탁 물가’가 줄줄이 오르고 있다. 공급량 감소, 세금 인상, 환율 고공행진 같은 가격 인상 요인이 한꺼번에 겹치는 모양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였다. 올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크게 오를 전망이다.

한우·양파·감자 공급량 줄어
랍스터·연어는 환율 올라서
소주 이어 맥주도 시간문제

 12일 식품업계와 이마트·롯데마트 등에 따르면 공산품부터 신선식품, 수입품까지 많은 먹거리 품목의 출고가와 소비자 가격이 인상 중이다.

 최근 달러당 원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수입 원가가 올라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현지에서 바로바로 들여오는 랍스터·연어 같은 수산물과 바나나 등 해외 수입 과일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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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측은 “미국산 랍스터의 경우 지난달(2015년 12월)까지 450g 한 마리에 1만6800원에 팔았지만 당장 다음 주부터는 1만8800원에 판매할 예정”이라며 “환율이 오르면 달러로 결제하는 수입품들은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이성융 수입 과일 상품기획자(MD)는 “수입 계약을 할 때 대부분 미국 달러로 대금을 입금하기 때문에 최근 원가가 인상됐다”며 “올해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수입 과일 판매가도 약 5%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풀무원은 새해 들어 두부·계란 제품 가격을 3~5% 인상했는데 소비자 입장에선 ‘도미노 효과’가 우려된다. 선두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들이 뒤따라 해당 품목 가격을 올리는 것이 식품 업계의 관례이기 때문이다. 두부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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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2위인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아직 가격 인상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대두나 백태 등 원재료 가격 등이 올라 검토 중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두부·계란과 함께 소비자 식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주요 신선식품들 가격도 심상치 않다. 한우의 경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2012년부터 사육두수를 감축해 온 것이 공급량 부족으로 이어졌다. 이마트에 따르면 1월 현재 한우 등심(1등급)은 100g에 8500원으로 1년 전보다 20%나 올랐다.

 채소류는 지난해 작황이 좋아 크게 늘어났던 공급량이 올해 예년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가격이 뛰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양파는 1㎏에 3650원으로 1년 전보다 2배 이상 뛰었다. 감자(900g)는 38.9%, 대파(700g)는 30.7%, 무(1개)는 18%, 고등어(500g)도 14.3% 가격이 올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가공식품과 신선식품 가격이 함께 올라 연초부터 소비자들이 물가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며 “14일부터 일주일간 쌀·계란·꽃게·동태·왕대구 등 생필품과 탕거리들을 할인해 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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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가격 인상 신호탄은 연초 소주 양대 업체인 하이트진로(참이슬)와 롯데주류(처음처럼)가 쐈다. 이들 업체는 출고 가격을 각각 5.6%와 5.5% 올렸다. 무학·금복주·대선주조 등 주요 소주 업체가 그 뒤를 따라 출고가를 5~6% 인상했다. 이에 따라 일반 식당에서 기존 3000원에 팔던 소주 1병 가격은 현재 4000원, 5000원으로 오른 상태다.

 업계에선 맥주가 뒤를 이을 것으로 본다. OB맥주의 경우 2012년 8월 마지막으로 맥주 가격을 올렸다. 무엇보다 지난해 7월 맥주의 원료인 맥아가 할당관세(수입품 관세를 한시적으로 낮춰주는 제도)에서 제외되면서 세금이 약 30% 오른 효과가 났다.

맥주 업계 관계자는 “주류는 판촉비와 포장비·인건비 등이 반영돼 오르는 게 일반적”이라며 “소주가 그런 이유들로 올라 맥주도 오르는 게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국세청 등과 협의에 돌입한 것은 아니지만 가격 인상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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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류 외에 코카콜라음료는 지난해 12월 스프라이트 전 제품을 평균 7.6% 인상했고, 동아오츠카도 다음 달 포카리스웨트 공급가를 인상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는 밀가루나 설탕(사탕수수)의 경우 한 번 정해진 가격이 보통 2~3년 유지되는 경향이 있어 과자나 국수, 빵 등 관련 제품 가격은 쉽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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