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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20세기 대표하는 작곡가·지휘자 불레즈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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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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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겸 지휘자 피에르 불레즈(사진)가 5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바덴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90세. AP통신 등에 따르면 유족은 불레즈가 이끈 파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통해 성명을 내고 별세 소식을 알렸다.

‘주인없는 망치’ 최고 걸작 꼽혀
올랑드 대통령 “프랑스 빛낸 인물”

 1925년 프랑스 루아르 몽브리종에서 태어난 불레즈는 50년 이후 가장 대표적인 현대 음악가로 평가받는다. 영국 BBC심포니, 미국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등에서 수석 지휘자와 음악감독 등을 지냈다.

 40년대 파리음악원에서 작곡가 메시앙에게 화성·작곡 등을 배웠고, 54년 파리에서 현대음악 연주협회인 ‘도맹 뮈지칼’을 설립하면서 클래식 음악계의 ‘앙팡 테리블’로 떠올랐다. 그가 작곡해 55년 바덴바덴에서 초연한 ‘주인 없는 망치’는 20세기 현대음악의 걸작으로 꼽힌다.

 파리 퐁피두센터내 현대 음악 실험·연구 기구인 이르캄(IRCAM)의 총감독도 지냈다. 특히 76년 독일 바이로이트에서 영화감독인 파트리스 셰로가 파격적으로 연출한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를 지휘했을 때는 보수 바그너팬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지휘봉 없이 맨손으로 지휘한 불레즈는 흥분해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감정보다 이성, 융합보다 분석을 강조한 그의 지휘 스타일은 메스를 든 외과의사에 비유된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애도성명을 내고 “불레즈는 세계에서 프랑스 음악이 빛나게 만들었다”며 “그는 항상 작곡가로서 지휘자로서 시대를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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