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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 보즈워스 전 대사 별세 "합리적 대북 접근했던 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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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보즈워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사진 중앙포토]

북핵 문제를 줄곧 다뤘던 미국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 스티븐 보즈워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3일 밤(현지시간) 보스턴 자택에서 별세했다. 77세.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한미연구소 인사와 워싱턴의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4일 “유족들이 보즈워스 전 특별대표가 몸을 담았던 하버드대ㆍ터프츠대 측과 장례 절차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즈워스 전 특별대표는 한미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한미연구소 관계자는 “보즈워스 전 특별대표는 몇 년 전 전립선암으로 수술을 받았으며 지난해 암이 재발했다는 얘기를 제3자로부터 들었다”며 “별세하신 게 이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보즈워스 전 특별대표는 개인사를 주변에 알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지난해 11월 건강 문제로 인해 예정됐던 한국 방문을 취소해야 한다고 들은 게 나로서 마지막으로 취했던 연락이었다”고 했다.

별세 소식을 접한 윤영관 전 외교장관은 “보즈워스 전 특별대표는 한ㆍ미 관계 발전에 기여했고 한국에 대해 정말 애정이 있었다”며 “특히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서 상당히 합리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지난해 서울에서 한차례 만났을 때도 건강해 보였는데 한국을 위해 더 일해 주셔야 할 분이 돌아가셔서 안타깝고 유족에 조의를 표한다”고 했다.

보즈워스 전 특별대표는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인 1995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초대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의 한국과의 인연을 본격화했다. 97년 말엔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해 2001년까지 한ㆍ미 관계를 일선에서 책임졌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2009년 2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밑에서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돼 2년 8개월간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을 담당했다.

보즈워스 전 특별대표는 북핵 문제에서 비핵화라는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대북 관여(engagement)를 통해 북핵 포기를 설득시켜야 한다는 협상파였다. 그는 2014년 4월 워싱턴의 한 세미나에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의 자리에 앉기 전에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대북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해 1월에는 싱가포르에서 민간 자격으로 북한의 이용호 외무성 부상 일행을 만나 북한의 대미 정책 의중을 타진하기도 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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