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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전설의 대국 … ‘응팔’ 덕에 바둑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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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조훈현(왼쪽) 9단과 조치훈 9단이 한국현대바둑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대국에서 맞붙었다. 대국은 조치훈 9단의 시간패로 끝났지만 승부를 떠나 바둑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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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늦가을 조남철(1923~2006) 선생은 서울 관철동에 한국기원의 모태인 한성기원을 세웠다. 그리고 70년의 세월이 흘렀다. 칠순 잔치라도 하듯 올해 바둑계에는 유난히 굵직굵직한 일이 많았다.

[을미년 바둑 5대 뉴스]
소년체전 정식종목 채택
여자바둑리그 7개팀 창설
15세 신진서 종합기전 우승
커제 꺾을 차세대로 떠올라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바둑의 스포츠 정식 데뷔가 이뤄졌고, 한국여자바둑리그가 창설됐다. 조훈현·조치훈 9단의 특별 대국과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인기로 바둑계 ‘전설’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올해 한국 바둑계의 주요 이슈를 돌아봤다.

 ① 조훈현 vs 조치훈 … 12년 만의 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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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제주도에서 열린 제44회 전국소년체전에서 학생들이 바둑을 두고 있다.

 두 ‘전설’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7월 말 한국현대바둑 7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대국을 통해 조훈현(62) 9단과 조치훈(59) 9단이 맞붙었다. 결과는 조치훈 9단의 시간 패. 승부를 떠나 1980∼90년대 세계 바둑계를 평정했던 두 거장이 12년 만에 맞붙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바둑 팬들은 설렜다. 특히 조치훈 9단은 대국 이후 재치 넘치는 인터뷰로 바둑 팬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했다. 이 밖에도 한국기원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후원을 받아 각종 기념사업을 추진했다. 70주년 기념 특별전시회 개최, 슬로건·바둑문학상 공모, 70년사 발간 등이다.

 ② 바둑, 스포츠로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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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첫 여자바둑리그인 ‘엠디엠 여자바둑리그’가 출범해 큰 관심을 모았다.

 ‘바둑의 스포츠화’도 이뤄졌다. 지난 1월 열린 대한체육회 제12차 이사회에서 바둑은 2015년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와 2016년 제97회 전국체육대회의 정식종목으로 결정됐다. 지난 12년간 바둑은 동호인·시범 종목 자격으로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해왔다. 드디어 5월 말 열린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바둑은 정식 종목으로 참가해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전국 16개 시·도에서 192명의 선수가 참가해 16강 토너먼트로 메달을 가렸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별 탈 없이 스포츠 무대에 첫선을 보였다는 평이다.

 ③ 바둑에도 ‘응답하라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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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15) 5단이 렛츠런파크배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차세대 1인자의 탄생을 알렸다.

 지난해 tvN 드라마 ‘미생’에 이어 올해는 ‘응팔’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응팔’에서 이창호 9단을 모티브로 한 최택(박보검 분) 6단이 주요 인물로 등장해 큰 인기를 끈 것이다. 특히 6회 방송분에서는 최택 6단이 중국에서 열린 국제 바둑대회에 참가해 혼자 중국 기사 5명을 차례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하는 장면이 방송돼 화제를 모았다. 이창호 9단의 2005년 제6회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 모습이다. 제작진은 당시 이 9단의 대국실 입장 모습과 기보(棋譜)까지 완벽하게 재현했다. 또 이 9단의 실제 성격과 생활 습관 등을 드라마에 옮겨 바둑 기사들의 사생활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시켰다.

 ④ 한국 여자 바둑의 도약

 지난 1월 국내 첫 여자바둑리그인 ‘2015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가 창설됐다. 올해는 7개팀이 3개월간 대결을 벌여 ‘인제 하늘내린’ 팀이 초대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한국여자바둑리그는 ‘지역 연고제’‘여성 감독제’‘외국 선수 영입’ 등 새로운 시도로 바둑팬의 관심을 불러모으며 여자 바둑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여자바둑리그를 발판으로 최정 6단과 오유진 2단이 국내 여자기사로는 처음으로 50승 고지를 넘어섰다. 한국여자바둑리그 초대 MVP인 오유진 2단은 올해 54승 25패로 다승 4위에 올랐으며 최정 6단은 52승 22패로 다승 7위, 승률 5위를 차지했다.

 ⑤ 10대 타이틀 홀더들 탄생

 올해는 한국 바둑의 미래를 책임질 신예 기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먼저 신진서(15) 5단이 12월 막을 내린 2015 렛츠런파크배 오픈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며 생애 첫 종합기전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창호 9단에 이은 국내 두 번째 최연소 종합기전 타이틀 획득이다. 신 5단의 우승으로 한국 바둑은 커제(柯潔) 9단을 주축으로 한 중국과의 싸움에서도 희망을 걸어볼 수 있게 됐다.

이동훈(17) 5단도 지난 2월 막을 내린 제33기 KBS바둑왕전에서 우승하며 입단 후 첫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 5단은 결승에서 국내 랭킹 1위 박정환 9단을 2대 0으로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차세대 주자의 탄생을 예고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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