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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블록슛 … 김주성, 프로농구 새 역사 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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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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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김주성(왼쪽)이 1000블록슛 달성 후 아버지, 두 딸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고양=뉴시스]

 2002년 1월,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02 프로농구 국내선수 신인 드래프트 행사장. 삼보(원주 동부의 전신)의 플레잉코치 허재(50)가 두 팔을 번쩍 들어 “만세!”를 외쳤다. 삼보가 1순위 지명권을 받아 중앙대 출신 ‘최대어’ 김주성(36·2m5cm)을 확보한 직후였다. 걸출한 빅맨 후배를 얻은 그는 “은퇴를 고민했지만, 생각을 바꿨다”며 활짝 웃었다. 매년 프로농구 드래프트가 열릴 때마다 회자되는 ‘허재 만세 사건’이다.

오리온전 1분12초 남기고 대기록
김주성 “다음 목표는 통산 1만 점”
6연승 달린 동부, 3위로 뛰어올라

 ‘농구 대통령’ 허재의 눈은 정확했다. 그는 ‘수퍼 루키’ 김주성과 함께 2002-2003시즌 TG(삼보에서 팀명 변경)의 우승을 이끌었다. 데뷔 시즌 우승을 이룬 김주성은 “앞으로도 궂은 일과 리바운드는 내가 도맡겠다”고 말했다.

 13년 뒤, 김주성은 ‘궂은 일’로 프로농구 역사에 굵은 획을 그었다. 김주성은 30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개인 통산 1000번째 블록슛을 기록했다. 4쿼터 1분12초를 남기고 동부가 76-70으로 쫓기던 상황에서 김주성은 오리온 조 잭슨(23·1m80cm)의 레이업 슛을 훌쩍 뛰어올라 오른손으로 가로막았다. 프로 14번째 시즌, 경기수로는 632경기 만에 이룬 값진 발자취다.

 프로농구연맹(KBL)은 즉시 경기를 중단하고 대기록을 축하했다. 홈팀 오리온도 전광판에 축하 자막을 띄웠다. 선수들은 팀 구분 없이 김주성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박빙의 승부 끝에 동부가 80-74로 이기고 6연승을 달리며 3위(21승14패)로 올라섰다. 스포트라이트는 김주성에게 모아졌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주성은 “이제껏 ‘기록에 관심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지만, 막상 대기록에 도달하고 보니 영광스럽고 흥분된다”면서 “그동안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성은 “머지 않아 내 기록에 다가서는 후배가 나오길 바란다”고 했지만, 당분간은 어렵다. 현역 선수 중 공동 2위 찰스 로드(KGC인삼공사)·허버트 힐(KCC·이상 415개)에 600개 가까이 앞서 있다. 현역 국내선수 2위 하승진(KCC·315개)과는 3배 차다.

 블록슛은 운동 능력과 신속한 상황 판단이 함께 만드는 작품이다. 상대의 슈팅 의도와 방법을 순간적으로 읽고 타이밍을 맞춰 정확히 팔을 뻗어야 한다. 이는 힘 좋고 체격조건이 뛰어난 외국인들을 주로 상대하는 ‘토종 빅맨’ 김주성의 생존 전략이기도 했다. 그는 “리바운드하기 좋은 자리를 놓치더라도 상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무기로 블록슛을 연습했다”고 했다. 김주성에게 가장 많이 가로막힌 선수는 서장훈(41회)이지만, 그 뒤로 찰스 민렌드(16개), 테렌스 레더(14개), 조니 맥도웰, 라이언 페리맨(이상 13개 등) 외국인 선수들의 이름이 이어진다.

 “두 가지 큰 목표 중 하나를 이뤘다”고 언급한 김주성은 “다음 목표는 통산 1만점이다. (서)장훈이 형의 기록(1만3231점·통산 1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추승균(41) KCC 감독님의 기록(1만19점·2위)은 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의 통산 득점은 9461점이다.

한편 창원 LG는 안양 KGC인삼공사를 87-78로 누르고 10승25패를 기록했다.

고양=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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