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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중도하차가 오히려 기회? 중도하차의 반전스토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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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지난 17일 뮤지컬에서 중도하차했다. 오스트리아 뮤지컬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역을 연습하다 목에 무리가 왔다. 구체적 병명은 '성대 근육 조절 이상'. 댄버스 부인은 비록 조연이지만, 사실상 극을 이끌며 광기를 뿜어내는 매혹적인 배역이라 숱한 여배우가 탐내왔다. 하지만 고음역대 노래가 다수 포진돼 '악마의 유혹'이라고도 했다. 김윤아로선 뮤지컬 데뷔를 접어야 했다.

정작 불똥이 떨어진 건 제작사였다. 서울 공연 개막은 내년 1월 6일. 채 20일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허겁지겁 딴 배우를 구해야 했다. 수소문과 읍소 등 좌충우돌 끝에 일주일만에 대체 배우를 찾아냈다. 행운의 주인공은 신인 장은아.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측은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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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뮤지컬 `모차르트` 공식 홈페이지]

◇중도하차 새옹지마=EMK가 내심 장은아 카드에 자신감을 드러내는 건 중도하차의 좋은(?)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엘리자벳' '팬텀' '레베카' 등을 만들며 EMK가 국내 대표적인 뮤지컬 제작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결정적 전환점이 바로 중도하차였다.

시간은 거슬러 6년전인 2009년 말, 신생 제작사인 EMK는 뮤지컬 '모차르트!'를 이듬해 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릴 요량이었다. 4명의 남자 주연중엔 가수 조성모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유럽 뮤지컬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던 터라 EMK는 '조성모 데뷔작'을 주요 홍보수단으로 삼았다. 하지만 개막 2개월전, 조성모는 TV 프로그램 '출발 드림팀' 촬영 도중 그만 발목 골절을 당했고, 세 차례 수술 끝에 결국 출연을 포기했다. 가뜩이나 티켓이 팔리지 않던 EMK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그때 스태프중 한명이 "나 김준수 사촌누나 알고 있다"고 했다. 톱아이돌 출신에 가창력까지 갖춘 김준수카드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요청을 했지만 '두 달 앞두고 설마?'라며 기대를 안했다. 하지만 웬걸, 김준수는 "오랫동안 뮤지컬을 꿈꿔왔다. 특히 천재 음악가를 연기한다는 건 영광"이라며 제안을 덥썩 받아들였다. 그의 출연 소식이 알려지며 티켓은 삽시간에 동이 났다. 현재 김준수 신드롬의 출발점이었다.

2012년 '닥터지바고' 때도 반전이 있었다. 당초 이 작품은 군에서 제대한 주지훈의 복귀작이었다. 하지만 개막 한 달전 성대 결절을 이유로 주지훈은 이탈했다. 제작자 신춘수씨는 당시 '조로'에 출연중이던 조승우를 찾아갔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지금부터 연습해도 개막 한 달뒤에나 무대에 오를 수 있는데…"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제발 도와달라"는 동료들의 거듭된 요청에 조승우는 마음을 바꾼다. 결국 조승우의 뒤늦은 투입 이후 완성도는 한단계 높아지며, 작품도 흥행도 순항할 수 있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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