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건, 교통사고일까? 타살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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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삼지연군 현지지도를 수행하고 있는 김양건 비서. [사진 노동신문]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29일 사망한 것이 교통사고일까? 타살일까?

①교통사고설=북한의 발표대로 교통사고라면 김 비서가 지방에 갔다가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높다. 지방은 도로 사정이 열악하고 가로등이 없어 사고 위험이 높다. 하지만 북한은 김 비서가 사망한 지난 29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고사령관 추대 4주년 경축 중앙보고대회가 있어 김 비서가 그 전날 지방에 갔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김 비서가 지방에 갔다면 김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수행했을 텐데, 김 제1위원장이 중앙보고대회를 앞두고 지방에 가지 않았다. 김 비서가 단독으로 지방에 갔을 가능성은 없다. 맡은 분야가 대남과 국제라 지방 업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비서는 사망 당시 평양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평양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야 하는데 운전기사가 있어 그럴 가능성도 떨어진다. 유일한 가능성이라면 운전기사가 음주 운전하는 경우다. 사망 전날인 28일 김 제1위원장 주최로 만찬행사가 있었다면 김 비서를 모시고 갔다가 별도로 한 잔 했을 경우다. 하지만 김 비서를 모실 정도의 운전 기사라면 그럴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②타살설= 그렇다면 경쟁 세력에 의한 타살일 가능성이 높다. 김 제1위원장이 타살을 지시했을 가능성은 없다. 왜냐하면 김 제1위원장은 점잖고 세련된 김 비서를 좋아했고, 김 비서가 강석주 비서의 와병으로 비어있는 외교 분야까지 챙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비서의 스타일을 보면 권력욕이 강하지 않아 적대 세력을 만들 사람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낸 김 비서를 타깃으로 삼을 세력은 없었다. 따라서 김 비서와의 권력 경쟁이 아니라 김 비서를 제거함으로써 이익을 보는 세력이 타살했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다. 김 부장은 최근 김 제1위원장의 견제를 받아왔다. 김 부장은 올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변인선 군 작전국장 등의 숙청으로 공포분위기를 주도하면서 기고만장해졌다. 성격이 급한 김 제1위원장의 심기를 이용해 한광상, 마원춘 등 김 제1위원장의 사람들을 숙청하기도 했다. 그들이 조금만 실수해도 빌미를 더 붙혀 고생하게 만들었다. 이에 김 제1위원장은 너무 비대해지는 김 부장을 견제할 필요가 있었고, 김 부장은 그것이 내심 불만이었다.

김 부장의 눈에는 김 비서가 어느 순간부터 부담스러졌다. 김 제1위원장이 김 비서를 총애하는데다가 지난 8월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8.25 합의를 이끌어 내는 등 김 제1위원장이 좋아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래서 김 부장의 눈에는 김 비서가 가시처럼 돼 갔다.

반대로 만만하기도 했다. 김 비서는 세력이 없는 사람이라 김 부장으로서는 제거하기가 쉽다. 김 비서가 그 동안 숙청한 사람들이 장성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세력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김 부장이 최용해 비서를 제거하지 못하는 것도 최 비서가 혁명 2세대의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타이밍도 절묘했다. 며칠 뒤면 김정은의 신년사가 발표되는데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부추길 사람도 김 비서다. 비록 지난 11일 열린 남북당국회담이 합의 없이 결렬됐지만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김정은식 개혁·개방이 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김 부장으로서는 미룰 상황이 아니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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