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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 20% 정종섭 10% 이재만 0% ‘고무줄 가산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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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새누리당의 내년 총선 공천룰 논란에 복병이 등장했다. 경선 ‘가산점’을 주는 문제가 친박·비박계 사이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당 공천제도특별위(위원장 황진하)는 27일 ▶정치신인 ▶여성·장애인에게 각각 10% 가산점을 주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여성·장애인이야 이견이 없지만 정치신인을 놓고는 “도대체 누가 가산점을 받을 정치신인이냐”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특위 소속 의원은 “총선 경선에서 1·2위 격차는 늘 근소하다”며 “10~20% 가산점이 걸린 일이라면 논쟁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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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마 경험자들 "억울하다”=특위는 일단 ‘선거에 출마한 적이 없으면 정치신인’이란 기준을 정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대구 동갑 경선에 출마할 경우 10%의 가산점을 받는다. 하지만 바로 옆 대구 동을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가산점을 받지 못한다. 논란 끝에 광역 또는 기초단체장을 지낸 인사는 ‘정치신인’의 범위에서 배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출마 경험 없으면 신인’ 기준 논란
5년 전 시장 도전했던 지상욱 0%
앵커·청와대 출신 민경욱은 10%
의원이라도 여성에겐 10% 가산

 당 관계자는 “시장·구청장 같은 단체장들은 현역의원들에겐 잠재적 도전자”라며 “의원들의 집단이해가 걸린 문제라 친박·비박계가 모두 단체장들을 정치신인에서 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지방선거 출마 경험이 있는 예비후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중구에 출사표를 던진 새누리당 중구당원협의회 지상욱 위원장은 총선에 첫 출마하면서도 가산점을 못 받을 처지다. 2010년 자유선진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경력 때문이다. 반면 지역 경쟁자인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은 출마 경력이 없어 여성 겸 신인으로 분류돼 20% 가산점을 챙기게 된다. 지 위원장은 “국무총리를 지낸 선거 무경험자와 20대 때 경험 삼아 선거에 나가봤던 신인이 맞붙어도 전직 총리에게만 가산점을 줄 거냐”며 “인지도가 높은 청와대 대변인에게 가점을 주는 것은 코미디”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대변인은 "4년 가까이 당협위원장을 맡아왔고 서울시장 선거에도 출마한 지 위원장도 정치신인은 아니다”고 맞섰다.

 특위의 정치신인 기준에 따르면 실제로 KBS 9시 뉴스 앵커 출신인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인천 연수에서 분구될 송도 출마 예정)도 정치신인 가산점 대상자다.

 ◆비례대표가 정치신인?=반면 특위는 가산점 규정을 정하면서 “전·현직 의원은 (여성이라 해도) 가산점을 받지 못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룰을 참고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민경욱 전 대변인과 맞붙을 민현주 의원(여·비례대표)의 경우 가산점이 0%가 될 판이었다.

 그런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성 최고위원인 김을동 의원이 “전·현직 의원도 여성 가산점 10%는 받아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29일엔 한발 더 나아가 여성 비례대표 의원들 사이에서 “장관도 선거에 나간 적이 없으면 정치신인이라는데, 우리도 지역구에 출마한 적이 없으니 정치신인”이란 주장이 강하게 나왔다. 이 주장이 관철되면 당장 여성 비례대표 의원들은 20%(여성+정치신인)까지 가산점을 챙길 수 있다. 이 경우 여성끼리 희비가 교차할 수 있다. 서울 서초갑 예비후보인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비례대표 의원 출신이라 +20%(정치신인+여성)를 받는다. 반면 조 전 수석과 경쟁하고 있는 이혜훈 전 의원은 지역구 재선 경력이 있어 여성에게 주는 10%의 가산점밖에 챙기지 못한다.

 한 특위 위원은 “전·현직 비례대표 의원은 정치신인으로 인정하지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주장했지만, 또 다른 위원은 “추가 논의를 더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계파 간 대결이 갈등 증폭=전반적으로 친박계는 정치신인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려 한다. TK(대구·경북) 주도권을 되찾아오려면 정종섭 장관을 필두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대구 달성), 윤두현 전 홍보수석(대구 서) 등 정부·청와대 출신을 모두 정치신인으로 분류해 가산점을 챙겨줘야 한다는 계산에서다. 그런 의도가 분명한 친박계와 이를 저지하려는 비박계의 이해충돌로 가산점제 논쟁은 증폭될 전망이다. 당장 친박계에선 “결선투표 때도 정치신인들에게 가산점을 줘야 한다”거나 “지역구를 옮겨서 출마한 경우엔 신인 가산점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반면 비박계 특위 위원은 “친박계가 가산점 제도를 무기 삼아 계파 이익을 달성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남궁욱·최선욱·김경희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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