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베 “위안부 피해자들 상처 치유 착실히 해 나갈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기사 이미지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이행을 강조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얼굴) 일본 총리는 28일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합의된 뒤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착실히 실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위안부 협상 타결] 사죄
“자손들 사죄 숙명 계속 져선 안 돼
그 결의를 실행에 옮기려는 합의”
무라야마 “정부 공식적 책임 인정”
도쿄대 교수 “양국 지혜 발휘된 합의”

 이에 앞서 스즈키 무네오(鈴木宗男) 전 중의원 의원과 만난 자리에선 “서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합의사항을)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또 기자들에게 “우리들 자손 세대에게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그 결의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합의”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타결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의 해에 할 수 있었다”며 “한·일 양국이 힘을 합쳐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로 삼고 싶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회담 후 일본 기자들에게 “이번 합의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위안부 문제) 해결을 확인했다”며 “역사적이고 획기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서는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한·일 간 합의사항인 새로운 위안부 지원 재단 설립과 관련해선 “배상이 아니다”며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치유하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반성·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의 주인공인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이날 합의에 대해 “(일본) 정부가 공식으로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이타(大分)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아베 총리가 잘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 언론은 한·일 간 군 위안부 합의 타결 소식을 긴급 뉴스로 전했다. NHK는 한·일 외교장관 기자회견을 생방송으로 내보내면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발언도 동시 통역으로 전했다. 일본 신문들은 이번 합의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사죄한 것을 평가하면서도 한국 내 여론 동향을 주목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한·일 쌍방이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을 지켰다는 점에서 서로의 지혜가 발휘된 합의”라며 “특히 아베 총리의 과거 정치적 언행이 이 합의와는 정반대의 것을 주장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리가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히라이 히사시(平井久志) 리쓰메이칸대 객원교수도 “당초 고노 담화에 부정적이었던 아베 정권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라는 공식 석상에서 군의 관여와 일본 국가로서의 책임 표명, 아베 총리가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것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것이 위안부 문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는 한국 내 여론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