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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직권으로 … 예린이 학대한 아버지 친권 정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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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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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이 28일 직권으로 인천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자 예린(11·가명)양의 아버지 A씨(32·구속)에게 친권(親權) 정지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임시 후견인(법정 대리인 역할)으로 어해룡 인천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을 지정했다. 법원이 아동학대 사건에서 기소 전에 친권을 제한한 것은 드문 일이다. 법원 관계자는 “가해자인 아버지가 피해자인 딸의 일에 그 어떤 것도 관여할 수 없도록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권은 부모가 미성년인 자녀의 양육과 보호에 관해 갖는 모든 권리를 말한다.

인천지법, 검찰 기소 전에 개입
아동보호기관장 임시후견인 지정

 이 법원의 문선주 판사는 지난 24일 예린양 사건과 관련해 직권으로 피해아동보호명령 사건을 개시했다. 문 판사는 A씨의 친권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아동보호명령의 내용을 결정키로 했다. A씨를 조사 중인 인천지검은 그를 법원에 기소하면서 친권 박탈을 요청하겠다고 28일 밝혔다.

 법원 직권에 의한 친권 정지는 ‘울산 계모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9월 시행된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기소 단계에서 청구하는 친권 상실 여부에 대한 판단 이전에도 법원은 가해자를 격리하고, 친권을 정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최장 4년까지 이어갈 수 있다.

 이 법 시행 이후 법원은 직권으로 친권 정지 등의 피해아동보호명령을 다섯 차례 내렸다. 지난해 10월 초등학교에도 다니지 못한 채 학대받던 12세 소년이 발견되자 청주지법이 직권으로 어머니에게 친권 정지 결정을 내린 것이 처음이었다. 법원 관계자는 “인력 부족 때문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신청을 기다려 친권 제한 조치를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아동 보호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 내년에 아동보호조사관을 증원키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예린양의 친할머니와 큰아버지가 지난 24일 경찰서를 찾아가 “앞으로 직접 양육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예린양을 보호 중인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들의 접촉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기관 관계자는 “아이 앞으로 들어온 후원금도 상당한 데다 혹시 친족들이 관련 재판을 유리하게 몰고 가기 위해 아이를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버지 쪽 가족인 만큼 검증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인천=최모란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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