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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자손에게 사죄 숙명 지게 해서는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이행을 강조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합의된 직후 “서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합의사항을)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외교통인 스즈키 무네오(鈴木宗男)전 중의원 의원과의 면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후 기자단에게 "자손과 그 후의 세대에 사죄를 시키는 숙명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 그 결의를 실행으로 옮기는 합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합의를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계기로 삼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외상은 회담 후 일본 기자들에게 ”이번 합의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위안부 문제) 해결을 확인했다“며 ”역사적이고 획기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한일 관계는 미래지향의 시대로 발전할 것“이라며 ”이번 합의로 한일, 한미일의 안보 협력도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서는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일 간 합의사항인 새로운 위안부 지원 재단 설립과 관련해선 ”배상이 아니다“며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치유하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일간의 재산 청구권에 대한 법적 입장은 과거와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최종 해결됐다는 것이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반성ㆍ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의 주인공인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이날 합의에 대해 ”(일본)정부가 공식으로 책임을 인정한 것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이타(大分)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베 총리가 잘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 언론은 한일간 군 위안부 합의 타결 소식을 긴급 뉴스로 전했다. NHK는 한일 외교장관 기자회견을 생방송으로 내보내면서 윤병세 외교장관의 발언도 동시 통역으로 전했다. 일본 신문들은 이번 합의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데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사죄한 것을 평가하면서도 한국내 여론 동향을 주목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도쿄대 교수는 ”한일 쌍방이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을 지켰다는 점에서 상방의 지혜가 발휘된 합의“라며 ”특히 아베 총리의 과거 정치적 언행이 이 합의와는 정반대의 것을 주장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리가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할머니들과 그 지원단체, 한국 사회가 100% 만족할 내용이 아니어서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설득은 물론 일본 정부와 사회의 배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히라이 히사시(平井久志) 리쓰메이칸대 객원교수는 ”당초 고노 담화에 부정적이었던 아베 정권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라는 공식 석상에서 군의 관여와 일본 국가로서의 책임을 표명하고, 아베 총리가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것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것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 돼 문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는 한국 내 여론의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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