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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부, 지상파에 채널 더준다…지상파 독과점 심화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KBS·MBC· SBS 등 기존 지상파 방송사에 채널을 1~2개씩 더 주는 지상파 다채널방송(MMS·Multi-Mode Service)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심각한 지상파 독과점을 가속화해 미디어 시장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면 확대시 최대 64개 채널 얻는 지상파MMS=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확정한 정책 초안에서 'MMS를 EBS에 우선 허용하는 단계적 도입을 하겠다'면서 '다른 지상파 경우는 방송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단계적 도입'이란 표현이 말해주듯 지상파 전체를 대상 사업자로 고려하고 있는 셈이다. EBS의 경우 지난 2월부터 시험 방송을 하고 있다.

지상파 다채널방송으로 불리는 MMS는 디지털 압축 기술을 이용해 기존 방송 채널에서 1~2개 채널을 추가로 더 방송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 전면 허용시 KBS 등 지상파 3사 채널이 4개에서 8개로 늘어나고, 지역 MBC와 민방까지 합치면 현재보다 최대 64개 채널이 증가한다.

◇"지상파 독과점 심화"=방통위는 MMS에 상업 광고를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재방 프로그램의 경우 기술적으로 분리가 어려운 협찬·가상 광고나 간접광고는 허용키로 해 사실상 광고를 허용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지상파 3사의 간접광고 매출액은 2010년 대비 1293%나 급증했다.

지상파들이 간접·가상 광고를 추가로 내보내는 조건으로 광고를 수주하면 중소 방송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지상파는 국내 방송광고 시장의 6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상업 지상파 방송에 MMS를 허용하는 건 방송사를 더 세워주는 거나 다름없다”며 “시장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제도를 먼저 시행할 경우 지상파 독과점이 더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지상파 특혜 정책"=정부는 올해 황금주파수인 700㎒ 대역을 지상파에 배분하고 광고총량제까지 허용한 상황이어서 '지상파 편들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공적 재산인 주파수 활용한 MMS 정책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과거 1개 채널용으로 받은 주파수를 압축률이 좋아졌다고 해서 지상파가 독점 운영할 근거가 희박하다”며 "시청자 복지를 위해서라면 신규 사업자 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방송법 개정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지상파 독점을 허용했다. 여기에 전체 가구의 90% 이상이 유료 방송 플랫폼을 통해 TV를 보는 상황에서 지상파 다채널이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나오고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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