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어가는 중국 스마트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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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화웨이·샤오미·ZTE 등 세계 12대 제조사 중 9개사가 중국 업체로 삼성과 애플 자리 노린다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중국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영향력을 휘두르며 삼성과 애플 같은 선두업체들과 격차를 좁혀간다. 지난 11월 말 홍콩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가 통계를 발표했다. 세계 상위 12대 스마트폰 제조사 중 9개사가 중국 기반 업체이며 모두 합치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샤오미·화웨이·ZTE 같은 중국 제조업체 다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IT산업 육성 정책의 혜택을 봤다. 하지만 이들은 특허기술이 부족하고 서방 통신업체들과 연줄이 거의 없다. 이제 의문은 그런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체가 최근의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느냐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여러 가지 경쟁우위를 누려왔다. 첫째, 예나 지금이나 정부 지원을 받는다. 예컨대 그들은 중국 남부 도시 선전의 생산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었다. 선전은 전자 제조업체용으로 맞춤 개발된 도시다. 따라서 표준 모델 규격의 스마트폰을 대단히 낮은 원가에 제작할 수 있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세금감면 혜택을 주고 노동·환경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다.

둘째로 조직에 군살이 없다. 삼성과 소니 같은 회사들은 스마트폰 부품을 싸게 조달할 수 있다. 반면 간접비 부담이 상당히 크다. 막대한 직원 수, 구식 인프라, 어마어마한 마케팅 예산 등이다. 반면 원플러스 같은 중국 신생 벤처는 조직이 훨씬 더 단출하다. “우리는 지출이 많지 않아 수지를 맞추려고 전화기를 많이 팔지 않아도 된다”고 칼 페이 공동설립자가 말했다. 원플러스는 스마트폰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한다. 따라서 일부 경쟁업체처럼 유통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유통비용은 보통 영업이익의 최대 20%에 달하기도 한다.

셋째, 뒷마당에 거대한 고객기반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다. 인터넷 통계업체 ‘인터넷 라이브 스태츠’에 따르면 중국의 온라인 이용자는 7억1500만 명을 웃돈다. 그중 85% 이상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한다.

그러나 중국 시장이 포화상태에 가까워지는데 무명의 제조사들이 소니·삼성·LG 같은 기성 브랜드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화웨이와 ZTE 같은 제조업체라면 미국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샤오미·오포·비보·메이주·쿨패드·LeTV 등 상위 글로벌 스마트폰 브랜드 리스트의 나머지는 아주 생소할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명기업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HTC·소니·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보다 더 많다.

화웨이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하는 양대 기업 애플과 삼성의 뒤를 잇는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 대기업이다. 화웨이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네트워킹 장비에서 얻는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조직적인 활동을 벌여 왔다. 처음에는 전 세계 네트워크 용의 중저가 상표 미부착(white label) 스마트폰을 생산했다. 하지만 요즘엔 시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제품 중 일부를 생산한다. 최근에는 구글로부터 품질 인증을 받아 넥서스 6P를 함께 생산하는 파트너가 됐다.

화웨이는 해외시장 개척, 특히 유럽 진출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미국에선 여전히 들러리 신세를 면치 못한다. 무엇보다 2012년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의 결정 덕분이다. 화웨이가 ‘외국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믿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 어떤 연줄도 없다며 투명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그런 낙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화웨이는 지금껏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인 미국에서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지난해 프로 미식축구팀 워싱턴 레드스킨스와 후원계약을 발표하면서 미국 내 마케팅 활동의 첫걸음을 뗐다. 하지만 아직 껏 거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북미는 화웨이에 여전히 약점으로 남아 있다. 세계 양대 스마트폰 브랜드와 격차를 좁히려면 미국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카운터포인트의 타룬 파탁 애널리스트가 말했다.

ZTE

2012년 미국 정부로부터 의심을 받은 기업은 화웨이뿐이 아니었다. 또 다른 신흥 중국기업 ZTE도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ZTE는 그런 난관을 극복하고 지금은 미국 시장에서 삼성·LG·애플의 뒤를 이어 4위 스마트폰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이 회사를 중국 항공항천공업부(Ministry of Aerospace Industry) 연관단체가 설립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ZTE는 그런 부정적인 보도의 영향을 완화할 수 있었다. 미국 내 수백만 명이 그런 문제를 모른 채 ZTE 폰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동 통신사들과의 계약에 따라 통신사 브랜드를 붙여 ZTE 전화를 판매한 덕분이다.

ZTE는 통신사들과의 깊은 유대를 발판 삼아 자체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프로농구팀 뉴욕 닉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등과의 성공적인 후원 계약 덕분에 미국시장에 뿌리를 내렸다. 화웨이의 글로벌 시장 전략과는 반대로 다음 표적으로 유럽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ZTE는 5년 이내에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 대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향해 달린다.

샤오미

샤오미는 스마트 저울부터 헤드폰, 스마트 공기청정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업체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 그중 스마트폰으로 널리 이름을 떨쳤다. 판매지역이 소수 국가로 한정됐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1년 사이 5대 스마트폰 제조사 반열에 올랐다. 샤오미는 오래 전부터 애플의 디자인 특성을 베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리고 그들의 제품과 마케팅 자료가 애플에서 일부 아이디어를 얻은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애플과의 비교가 전적으로 공정하지는 않다. 샤오미는 프리미엄급 휴대전화를 생산해 파격적인 저가에 판매하며 안드로이드 기반의 독자 버전 운영체제를 사용한다. 앱·게임·음악·영화 스토어들에서 콘텐트를 판매하는, 아마존 같은 전자 상거래 업체에 더 가깝다. 최근에는 모바일 결제 시장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나 ZTE나 화웨이와는 달리 샤오미는 글로벌 스마트폰 강자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큰 장벽들이 있다. 보유한 특허기술이 다른 중국기업들만큼 많지 않다. 지난 3월 시점에서 미국 내 특허가 2건에 불과했다. 게다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가 분명하다. 시장의 90%를 통신사가 차지하는 미국 같은 나라에선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미 자사의 2위 규모 시장 인도에서 동력을 잃기 시작했다. 올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46% 감소했다.

오포, 비보, 원플러스

화웨이와 ZTE가 중국정부와 관련된 듯한 소유 모델로 경계의 대상이 됐지만 그 밖에도 출신성분이 흥미로운 중국 업체가 많다. 세계 10대 스마트폰 판매업체로 손꼽히는 오포와 비보는 실제론 BKK 일렉트로닉스 소유의 스마트폰 브랜드다. BKK 일렉트로닉스는 TV와 MP3 플레이어 등 각종 제품을 만드는 업체다. 판매시장은 주로 러시아지만 미국에선 메모렉스 브랜드를 걸고 컴퓨터 부속품과 저장 매체를 판매한다.

대다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마찬가지로 오포와 비보 모두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을 저가에 판매한다. 카운터포인트의 파탁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두 브랜드의 급부상에는 “중국 국내 시장뿐 아니라 기타 남아시아 시장에서 판매 강세”의 공이 컸다.

톱 10에 들지 못했지만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중국 브랜드로 원플러스도 있다.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기 원한 오포 중역 출신 2명이 창업했다. 원플러스는 사실상 오포의 자회사이며 따라서 BKK 일렉트로닉스의 또 다른 자회사이기도 하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 사이에서 특정 시장이나 특정 가격대에 초점을 맞춘 별도 브랜드를 개발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원플러스는 미국과 영국 같은 시장, 화웨이의 아너(Honor) 브랜드는 신흥시장과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를 겨냥한다. 아너 제품은 화웨이 판매액 중 3분의 1을 차지하며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안드로이드 기반

물론 이 모든 성공의 배경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의 스마트폰 혁명을 안드로이드가 견인한다. 구글의 서비스가 전혀 없어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업체도 없다. 구글이 내년 ‘플레이 스토어(안드로이드 앱 마켓)’ 중국판을 출시한다는 보도가 최근 있었다. 하지만 계획이 불분명한데다 중국 정부가 구글 금지조치를 완전히 풀어줄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러나 이는 해외로 뻗어나가려는 기업들에는 걸림돌이다. 휴대전화에 구글 서비스를 설치하려면 구글과 협상하거나 윈도 10이나 사이아노젠 같은 대안 운영체제를 구하거나 또는 해외 고객용의 자체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기업들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중국의 스마트폰 산업 육성에 힘써 왔다. 스탠더드&푸어스의 타이페이 자회사 중화신용평가사(中華信用評等)가 지난 9월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의 막대한 IT 시장, 우호적인 정부 정책, 향상되는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중국 IT 분야는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성장을 모색할 때 훨씬 더 힘든 상황에 직면하리라는 점이다. 특히 삼성과 애플의 안방인 한국과 미국 같은 나라가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가 직면한 또 다른 도전과제는 특허 소송의 위협이다. 특히 불과 4년여 전에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출시한 신생 기업인 샤오미 같은 업체에 큰 문제다.

지적재산권 소송 법률사무소 파월 길버트의 알렉스 윌슨 파트너는 이렇게 말했다. ”샤오미는 미국과 영국에서 자체 브랜드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주요 특허를 보유한 상어들이 먹잇감을 기다리는 험한 바다에 뛰어들게 된다. 근년 들어 HTC·삼성·ZTE·화웨이 등이 먼저 뛰어들었으니 그들이 분명 처음은 아니다.”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올해 초 정부의 ‘중국 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10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중국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성장하도록 지원하려는 목적이다. 중국 내에서 만든 제품을 널리 알리고 혁신, 녹색 개발, 고급 제품에 집중함으로써 중국을 대형 생산공장에서 세계의 기술강국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구상이다.

그 정도로 화웨이·ZTE·샤오미 같은 기업을 글로벌 대기업으로 키우기에 충분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글= DAVID GILBERT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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