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위안부 회담, 전향적이되 마지노선 지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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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28일께 전격적으로 열린다. 꽉 막힌 양국 관계에 숨통이 트일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정치 갈등이 심해도 경제 협력은 끄떡 없다는 ‘아시안 패러독스’마저 무너질 정도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이후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위안부 갈등에다 일본 교과서 문제까지 겹쳐 양국 감정은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여기에 한류 열풍마저 시들해지면서 일본 관광객과 양국 간 교역까지 격감했다. 국민 감정 악화가 한·일 관계의 발목을 잡은 게 틀림없다.

 일본은 민주주의적 가치와 자유시장 제도를 우리와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북한 위협도 함께 마주하며 한·미·일 3각 동맹의 한 축을 담당하는 우방이다. 이런 이웃과 척지고 산다는 건은 무슨 이유에서건 불행한 일이다. 그러기에 이번 외교장관회담에서는 전향적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무릇 외교란 ‘10대 0’과 같은 완승이 있을 수 없는 게임이다. 이쪽 요구를 관철시키려면 상대 요구도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교적 타협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아무리 협상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더라도 들어줄 수 없는 마지노선이 있다. 무라야마·고노 담화에서 언급했던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 인정 등이 지켜내야 할 최소한이다. 이번 회의가 아베의 역사 수정주의를 거드는 꼴이 돼서는 안 된다.

 또 협상 내용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뜻도 반영돼야 한다. 도의적으로도, 실무적으로도 중요한 일이다. 피해 당사자들이 일본 측 국가 책임 인정 여부와 위로금 액수 등에 만족 못해 나중에 또 문제를 제기하면 어찌할 건가.

 위안부상 처리도 주의해야 한다. 일본은 국내외 위안부상 철거를 원하는 모양이나 대부분 정부가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해외 동포가 이국땅에 세운 소녀상에 대해 정부가 무얼 할 수 있나. 미래지향적으로 대승적 융통성을 발휘하되 가능·불가능을 구별하는 혜안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