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공부채 1000조 돌파, 답답한 ‘부채 공화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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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와 공기업의 부채를 모두 더한 공공부문 부채가 올해 처음 10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공부문 부채는 지난해 말 957조300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6.5%(58조6000억원)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1.6%포인트 오른 64.5%가 됐다. 국민 1인당 1891만원씩 부담해야 하는 규모다. 올해 늘어난 국채 발행액(50조1000억원)을 감안하면 1000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여기에 기업부채가 1300조원, 가계부채가 1166조원이다. 경제 3주체가 안고 있는 빚이 3500조원으로 GDP의 286%나 된다.

 더 무서운 건 증가 속도다. 처음 집계를 시작한 2011년 공공부채 총액은 753조원이었지만 이후 3년 만에 204조원이나 늘었다. 특히 중앙정부 부채가 매년 두 자릿수 가까운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1997년 GDP의 11.9%였던 중앙정부 채무 규모가 내년엔 40% 이상으로 치솟는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역시 전·월세난과 경기 부진 등의 이유로 해마다 10% 안팎으로 늘고 있다. ‘부채 공화국’이란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의 문턱에 들어서 있다. 저출산·고령화 추세 속에서 복지를 확대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한정된 정부 재원을 최대한 아껴 쓰고 효율성을 높여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괜찮다’는 말만 한다. 선진국들에 비해 한국의 재정은 아직 양호하고 가계부채도 아직 버틸 만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부동산 띄우기’와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을 계속할 태세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1회용 모르핀’이 아닌 ‘보약’이 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부채 확대가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거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조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빚만 계속 쌓이고 있을 뿐이다. 위기에 대응할 경제 체질도 약화되고 있다. ‘빚 권하는 정부’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