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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도 유출 뻔해” vs “없애야 범죄 막아”…주민번호 변경가능 헌재 판결에 갑론을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헌법재판소가 23일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하지 못하도록 한 현행 주민등록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찬성하는 쪽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다는 점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보장 측면의 권익 신장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네티즌 ‘잎사귀’는 “(주민등록번호를 바꿔도) 당연히 또 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도 “유출된 개인정보를 그대로 계속 쓰면서 피해를 봐야 하는 것보다는 바꾸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신상이 유출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고, 주민번호(아이디번호)도 바꿀 수 있게 해서 범죄의 표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네티즌(k1c2****) 역시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막심하긴 하다”면서 “범죄자들만 못 바꾸게 한다면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와 시민단체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철환 경제정의실천연합 국책사업 감시팀장은 헌재 판결이 있던 2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인정보가 기업 마케팅 등의 명목으로 돈으로 거래되거나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범죄에 활용되고 있다”며 “주민등록번호 변경은 이러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단순히 주민등록번호 변경외에 우리 사회가 개인정보를 너무쉽게 수집하고 각종 마케팅에 이용하는 이런 문화적 환경까지 개선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기존 주민등록법은 헌법상 기본권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주민등록번호만 변경한다고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과 변경 이후 일어날 시스템 전산오류를 우려하는 등의 반대 목소리도 있었다.

한 트위터 사용자(@sehong****)는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하면 온갖 사이트에서 전산오류가 나고 민원 같은 건 인터넷으로 신청도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crystal****)는 “주민등록번호 변경 가능 이유가 ‘과도한 기본권 침해’인데 기본권의 범주는 어디까지인가”라면서 “기본권만 주장하면 과도하다는 이유로 뭐든 바꿀 수 있겠다”고 지적했다. 한 네이버 네티즌(leep****)은 “바꾼다고 범죄가 안 생기는 것도 아니고, 바꾸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다”면서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재발 되지 않도록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전했다.

범죄자가 신분을 숨기려는 수단으로 주민번호 변경이 악용될 가능성 등도 제기되면서 방지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네이버 네티즌(llll****)은 “돈 많은 범죄자들이 뇌물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완벽하게 신분세탁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네티즌(keak****)도 “돈 있고 빽 있으면 신분세탁 쉬워지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헌재는 주민등록번호를 바꾸지 못하도록 한 현행 주민등록법 7조에 대해 입법부가 2017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할 것을 주문했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2018년 1월 1일부터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한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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