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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첫 한중 해양경계획정 협상…팽팽한 기싸움 예상

중앙일보

입력

22일 오후 3시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첫 한·중 해양경계획정 협상이 열린다. 한국에선 조태열 외교부 2차관, 중국에선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나선다. 의견 차가 커 20년 가까이 풀지 못한 숙제인 만큼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협상의 목표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확정하는 것이다. 양국은 1996년 유엔해양법협약에 가입한 이후 이 문제로 줄곧 부딪쳐 왔다. 유엔해양법협약 상 보장되는 EEZ는 연안에서 최대 200해리(약 370km)까지 확보할 수 있는데, 한·중 간 수역은 너무 좁다는 게 문제다. 가장 좁은 곳은 184해리(약 340km), 가장 넓은 곳도 400해리(약 740km)가 채 되지 않는다. 양국이 설정할 수 있는 EEZ가 상당부분 중첩되는 상황이다. 10여 차례의 국장급 협의에도 결론을 내지 못한 이유다.

한국 입장은 양측에서 등거리인 중간에 선을 그어야 한다는 중간선 원칙이다. 하지만 중국은 대륙붕, 해안선 길이, 인구 수에 역사적 배경까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더 동쪽으로 긋는 게 공평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이른바 형평성이 맞다는 것이다.

EEZ 획정에 따라 말 그대로 바다가 양분되고, 이는 되돌릴 수 없는 영속성이 있기 때문에 양 측 모두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태도로 임하고 있다. 자국 어선들의 조업구역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특히 이어도 관할권도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다. 마라도에서 149km, 중국 퉁다오에서 247km 떨어져 있는 이어도는 바다 밑 4.6m에 잠겨 있는 암초다. 국제법 상으로 영토가 될 수 없다. 양국도 그래서 “한·중 사이에 영토분쟁은 없다”고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어도를 어느 나라의 수역에 둘 지는 영토분쟁 이상의 폭발력이 있는 예민한 사안이다. 한국의 중간선 원칙에 따르면 한국 측 수역에 있는 것이 명확하다. 하지만 중국은 이어도가 EEZ 한계인 200해리가 서로 중첩되는 구역에 있다고 주장하며 한국이 해양과학기지 설치 등 관할권을 행사하는 데 반발해 왔다.

양 측 입장 차가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첫 협상에서는 각기 원칙을 고수하며 강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외교가 소식통은 “바라는 최대치를 시작점으로 맞붙는 게 외교적 협상의 기본”이라며 “오늘은 한·중 사이에 기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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