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입맛 잡은 한국산 쌀, 이르면 내달 중국 첫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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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산 쌀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중국 시장에 사상 처음 수출된다. 우리 쌀이 미국·호주·독일 등지에는 이미 수출됐지만 농업대국인 중국에 수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한국 관광 경험이 있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 한국산 쌀이 안심할 수 있고 맛있다는 입소문이 난 데다, 일본 쌀보다 가격 경쟁력도 있어 중국 중산층이 우리 쌀의 수출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산보다 가격 경쟁력도 장점
검역관 입국해 미곡처리장 점검

 경기도는 “우리 쌀을 수입하기 위한 실사를 벌이기 위해 중국 검역관 4명이 22일 입국해 전국 6곳의 미곡처리장(RPC)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23일 ‘임금님표 이천쌀’을 생산하는 경기도 이천시 이천남부농협쌀조합 공동사업법인 방문을 시작으로 충북 청주(빛 광복쌀, 24일), 충남 서천(서천 서래야쌀, 25일), 전북 군산(철새도래지쌀, 25일), 전남 해남(한눈에 반한 쌀, 26일), 강원 철원(오대쌀, 27일) 등을 순차적으로 다닌다. 공장부지 및 환경, 가공공장 시설, 포장·운송 및 완제품 저장 등 위생과 미질(米質)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 측은 실사를 통해 6곳 중 4~5곳을 수입 업체로 선정할 것이어서 6개 지역간 경쟁이 예상된다. 해당 지역들은 채점을 기다리는 수험생 입장에서 ‘귀한 손님’ 맞이에 분주하다.

 중국의 연간 쌀 수입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256만t(최대 수입 쿼터량은 532만t인데 이 중에서 장립종은 266만t, 중단립종은 266만t)이다. 지난해 수입량 중에서 우리 쌀과 같은 중단립종은 500t 정도였다. 아직은 수입량이 많지 않지만 쿼터량이 266만t이어서 앞으로 시장 잠재력은 크다. 현재 중국이 수입하는 중단립종은 일본 쌀이 140t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대만·홍콩·베트남에서 수입한다.

 지난 10월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양자회담에서 식물검역 협상을 타결하면서 수출 길이 열렸다. 우리 쌀이 일본 쌀 보다 미질 대비 가격이 저렴한 점도 작용했다. 중국 입장에서 일본 쌀의 수입가격은 ㎏당 3000~4000원이지만 우리 쌀은 2500~3000원 정도다. 중국이 수입할 때 수송 거리도 한국이 일본보다 가까워 물류비용 절감효과까지 볼 수 있다. 중국 검역단의 실사가 끝난 뒤 업체가 선정되면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에 첫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 송유면 농정해양국장은 “중국은 가격과 품질, 물류비용 등을 감안해 일본 쌀 보다 우리 쌀을 더 많이 수입하려는 것 같다”며 “이번에 실사를 잘 받아 수출이 성사되면 앞으로 수출량을 늘려 국내 농가에 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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