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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은 다섯 번 죽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대구지검이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1957년생)의 핵심 측근인 강태용(54)씨의 은닉재산 규모와 횡령 혐의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 17일 밤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전날 중국에서 압송돼 온 강씨에게 2조5620억원의 유사수신행위·사기, 법인 자금 횡령 혐의 등을 적용했다.

증언 따라 사망 추정일 제각각
강태용 진술에도 생존 의심 계속

 강씨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조희팔씨와 함께 의료기기 대여업을 하는 유사수신 업체를 설립한 뒤 투자자 2만4000여 명을 모아 2조5000여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회사자금 100억원을 개인적으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투자액이 4조원을 넘는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은 강씨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그동안 찾아낸 계좌 등 직접적 증거를 제시하며 강씨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8일 대구지법에서 열린다. 앞서 검찰은 강씨를 상대로 전직 경찰관과 가족 등에게 범죄수익금이 어떻게 전달됐는지, 조씨의 유사수신 업체에서 회사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빼돌렸는지를 이틀간 집중 추궁했다. 전날 대구지검에 압송될 당시 강씨는 “2011년 12월 겨울 조씨는 죽었다. 직접 봤다”고 주장했다. 17일 법정에서 징역 3년6개월이 구형된 조씨의 아들(30)도 강씨와 같은 증언을 했다. 그는 “아버지는 2011년 11월에 돌아가셨다. 장례식에도 갔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 모두 조씨가 숨졌다고 주장했지만 시점은 한 달 차이가 난다.

 지금까지 상황과 주장을 종합하면 조씨가 숨졌다는 시점은 2011년 11월 18일, 11월 24일, 12월 18일, 12월 19일,12월 21일 등 모두 5개로 늘어났다. 조씨의 아들과 측근들, 조씨 납골묘와 경찰이 공식 발표한 사망 날짜가 제각각 다르고, 중국에서 발행했다는 조씨의 화장증명서에 쓰인 화장 날짜(12월 21일)도 추가됐다.

 피해자 모임인 ‘바실련’ 전세훈 매체국장은 “ 조씨는 분명 살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조희팔씨가 지난 9월 중국 칭다오(靑島)외곽의 한 카페에서 여성 2명을 만났다는 주장도 있다. 검찰도 아직 공식적으로 조씨의 사망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

대구=김윤호·차상은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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