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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재조정, 공공기관 생산성 높이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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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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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지난 10월 2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기업 작업반은 회원국이 공기업 관리에 적용할 가이드 라인을 전면 개편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제1장에 ‘국가 소유권의 근거’에 관한 규정을 두고 이에 따라 정부가 소유권 정책을 마련하고 공기업에 대해 주기적인 기능 재검토를 하도록 했다. 공기업은 법적 근거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된다. 그래서 경직적이다. 상황 변화에 둔감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능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16조엔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기능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기관통폐합·기능 재조정 및 민영화 등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3대 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 추진 방안을 확정했다. 당시 기능조정은 유사·중복 해소, 공공부문 직접 수행이 불필요한 사업 폐지·축소, 지원조직·지사 축소 등 경영 효율화를 통해 기관 본연의 핵심기능을 강화한다는 원칙에 따라 추진됐다. 이러한 기능조정 추진방안에 따라 3대 분야 87개 공공기관 중 4개를 폐지하고, 나머지는 기능을 일원화하고 민간에 개방하기로 했다.

 기능 조정을 통해 공공기관의 기능을 핵심 위주로 재편하면 국민에게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기재부는 올해 말부터 에너지· 환경·교육 분야 6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기능 조정을 확대 추진하기로 했다.

 에너지 분야의 경우 전력산업 구조개편 등 오래전부터 논의됐던 이슈들이 많고, 지난 2010년 일부 공기업 조직 진단 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를 점검해 재추진할 필요가 있다.

 교육 분야는 기관 간 업무중복 문제와 감사원 지적 사항을 점검하고, 올해 5월에 발표한 연구개발(R&D) 혁신 방안의 실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기관의 기능 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 조정은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기능조정은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힌 문제이기 때문에 추진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조정과 타협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각 부처는 과감한 개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부처 소속 공공기관의 숫자가 부처의 권한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당 부처는 이런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또 공공기관이 법적 근거를 가진 경우에는 국회에서 적절한 입법 조치를 해야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이해 관계자의 그물망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과거에는 정권교체기에 인수위원회에서 거창한 공약을 발표하고, 강력한 정치적 힘을 배경으로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하였다가 정권 후반기에는 동력을 상실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는 공공기관의 생산성·효율성 제고를 위해 보다 합리적이고 지속적인 기능 점검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은 경제·사회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합리적인 기능조정을 통해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원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