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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 테러협박 이메일 한 통에 LA가 떨었다

미주중앙

입력

'미확인 테러'가 미국의 일상을 공격하고 있다.

15일 LA와 뉴욕의 공립학교를 상대로 같은 내용의 폭발물 테러 위협이 잇따라 접수됐다.

LA통합교육구(LAUSD)는 15일 오전 7시를 기해 산하 1154개 공립학교에 일제 휴교령을 내리고 학부모와 재학생들의 학교 출입을 금지했다. 교육구 전면 폐쇄는 사상 처음이다. LA경찰국(LAPD)은 "협박은 전날 밤 이메일을 통해 교육구 이사들에게 보내졌다"면서 "협박 내용은 공격 대상 학교를 비롯해 '백팩에 넣은 폭탄' 'AK-47 자동소총에 의한 인명 살상' 등 구체적이었다"고 휴교령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까지 교육구 산하 모든 건물을 대상으로 폭발물 수색에 나섰으나 테러 위협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날 뉴욕시 교육국측은 같은 내용의 협박 이메일을 받았지만 "신뢰할만한 협박이 아니다"라며 정상 수업을 진행했다.

애덤 시프 연방하원의원은 "(LA와 뉴욕의 협박 이메일에 대한) 초동수사 결과 대도시에 혼란을 조장하려는 장난(hoax)일 가능성이 높다"며 "발신지 추적 등을 통해 범인체포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박 이메일의 발신지는 당초 독일로 알려졌지만 추가 조사결과 독일은 경유지로 미국에서 보내진 것으로 수사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협박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LA와 뉴욕 두 대도시의 상반된 대처를 놓고 찬반 논란도 일고 있다. 전 LAPD 국장인 뉴욕시 경찰국의 윌리엄 브래튼 커미셔너는 LA의 휴교령에 대해 "과잉 반응(overreaction)"이라며 "휴교령은 학생과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모방범죄까지 불러오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찰리 벡 LAPD국장은 "무책임한(irresponsible) 비난"이라며 "최우선 과제는 우리 아이들의 안전 확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양 도시의 다른 대처 방식에 대해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다고 진단했다. 캘스테이트 샌버나디노 대학의 테러 전문가인 브라이언 레빈 교수는 "최근 테러로 불안한 여론 등 국내외 정세를 감안하면 설사 협박이 가짜라고 해도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경찰의 판단을 비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테러 불안감은 전날 월스트리트와 NBC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응답자의 40%가 '국가안보와 테러'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선택했다. 이날 테러협박 소동은 지난 2일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이후 고조된 '테러 공포'가 미국인들의 일상을 마비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이날 휴교령으로 LAUSD 재학생 64만3493명과 교사 등 직원 5만9563명 등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거짓일 수 있는 한통의 협박 이메일이 70만 가정의 일상을 올스톱 시킨 것이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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