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비아그라, 세균 장어 … 1345건 ‘단속왕’ 경기도 특사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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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식품위생?원산지 표시 등을 단속하는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 소속 팀원들이 수입산 쇠고기를 한우로 원산지를 속여 판매한 경기도 남양주의 한 음식점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지난 6월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의 수사망에 ‘짝퉁 비아그라(발기부전치료제)’ 판매 사이트가 포착됐다. 수사팀이 이 사이트를 통해 직접 물품을 구입한 뒤 비아그라 제조사인 화이자에 진품 확인을 의뢰했더니 역시 가짜였다. 수사팀은 곧바로 구입안내 문자 메시지를 보낸 휴대전화 가입자의 신원을 조회하고 입금계좌 추적과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실시했다. 마침내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판매 중간책인 중국인 K를 검거했다. 이처럼 끈질기고 치밀한 수사를 벌인 8명은 모두 경기도청과 의정부시청 소속 특별사법경찰(행정 공무원)이다.

전국 최고 실적 … 대통령 기관 표창
올 2월 부임한 위재천 부장검사
수사기법·법률 자문 ‘숨은 공신’

 경기도 특사경은 이들을 포함해 7개팀 92명으로 구성돼 있다. 경기도 특사경은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식품·공중위생·원산지 표시 등 6개 분야에서 1345건의 단속 실적을 올렸다. 1111건(82.6%)건은 검찰에 송치하고 나머지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주요 사건의 주범 8명도 구속했다. 이는 전국 최다 건수다. 이달 초 발기부전제 성분이 함유된 불법건강기능 식품을 비타민제로 위조·유통시킨 판매업자를 건강기능식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도매업자와 약사 등 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10월에는 일반 세균이 허용 기준치보다 430배 넘는 물로 민물장어를 씻어 7만명분(13억원어치)을 판매한 업체 대표를 구속하기도 했다. 법질서 확립에 기여한 공로로 16일 법무부에서 대통령 기관 표창을 받는다.

 이같은 빼어난 활약 뒤에는 올해 2월 부임해 경기도 특사경의 수사를 총 지휘해 온 위재천(53·21기) 부장검사가 있다. 위 부장은 종전 현장 단속 위주이던 수사방식을 기획 수사 형태로 바꿨다. 짝퉁 비아그라 판매책 검거도 그 성과다. 또 적극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토록 했고 계좌추적 역시 활발해졌다. 일반 공무원이 특사경으로 발탁되면 관할 검찰청 검사장으로부터 경찰 권한을 위임받고 2주 간 실무 교육을 받는다. 위 부장은 이들에게 다양한 수사기법과 법률 조언을 해줬다.

 그는 또 수시로 7개팀을 방문해 수사 중인 여러 사건을 직접 챙겼다. 범죄 단서가 입수되면 계좌추적 영장과 휴대전화 통신사실조회서 등을 발부받는 방법도 알려줬다. 구속영장의 초안을 손 보는 것도 그의 업무였다. 하지만 위 부장은 공을 특사경 팀원들에게 돌린다. “내가 이것저것 알려줘도 그런 방식을 현장에서 직접 구현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사진 공개를 꺼렸다.

 현재 수갑 외에 별다른 장비가 없던 특사경은 내년부터 삼단봉과 방검복 등 수사 장비를 지원받아 더 적극적으로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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